[밀물썰물] 나스닥의 네이버웹툰

임광명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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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K-웹툰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이용자 현황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선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의 전체 이용시간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한 달 평균 이용시간이 1억 1210만 시간이 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9950만 시간이 안 된다. 11% 이상 감소한 것이다. 전체 웹툰산업 규모도 2022년을 정점으로 점점 축소되는 양상이다. 웹툰이 레드오션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웹툰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0년대 초, 그전까지 책 형태로 소비되던 만화를 웹(web) 등 온라인 환경에 맞도록 재탄생시킨 것이다. 웹툰의 등장은 만화 생태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대본소나 서점 위주의 유통 체계는 급속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휴대폰이 차지했다.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웹툰, 즉 K-웹툰은 해외 시장까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만화의 나라’ 일본에서도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K-웹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뿐인가.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이 다수 제작되면서 지적재산(IP)의 핵심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웹툰은 사실상 K-컬처를 선도하는 위상을 가졌던 것이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처럼, K-웹툰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성장이 멈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는 모양새인데, 세계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다수 웹툰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가동할 태세를 갖추었고, 초대형 IT 기업인 애플과 아마존까지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기를 직감한 정부가 웹툰을 게임이나 영화 등과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 정책을 최근 발표했지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형편이라 대표적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 27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갑다. 정확히는 네이버웹툰의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상장된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산업을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선두주자이자 웹툰을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고, 그에 따라 K-웹툰의 위상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업계에선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K-웹툰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부디 그 기대가 어긋나지 않기를….


임광명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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