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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하루는 잠시 안녕”…적도 바다에서 즐긴 초여름 자유
올해 여름 바캉스는 미리 떠나기로 했다. 목표는 단 며칠이라도 피곤한 일상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휴대폰 로밍 서비스를 신청하기는커녕 이심(eSIM)이나 휴대용 와이파이 단말기도 빌리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휴대폰을 끈 뒤 적도 인근인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가는 항공기에 오른 것은 오후 5시 무렵이었다. 다섯 시간을 날아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트라 하버 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쯤. 이제 세상에서 완전히 차단된 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흘의 ‘일상 탈출’이 시작된 것이다.
■리조트의 호캉스
지친 몸의 피로는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깨지 않을 수 없다. 굳게 닫힌 테라스 문틈으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풍덩거리는 물소리 때문이다. 눈을 부비며 테라스로 나가자 시원한 풍경에 잠이 확 달아난다. 오른쪽으로는 푸른 바다의 잔잔한 파도 사이로 햇살이 반짝인다. 바다와 리조트 사이에 마련된 초대형 야외 수영장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아침 수영을 즐기는 중이다.
서둘러 대형 수건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먼저 야외 수영장에 뛰어들어 몸에 가득한 피로부터 씻어낸다. 이어 바다 바로 앞에 설치된 비치파라솔 아래 리클라이너 벤치에 몸을 누인다. 덥지도 차지도 않은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온몸을 휘감고, 나지막하게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는 자장가처럼 머리를 감돈다.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두 눈은 스르르 감겨버린다.
옆방에서 뒤늦게 깨어난 지인의 재촉 때문에 늦은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골프장으로 향한다. 사람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았던 덕분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느긋하게 공을 친다. 카트를 직접 몰고 이동하다 우연히 지나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그들의 얼굴에도 멋진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웃음이 가득하다.
골프장에서 돌아온 뒤 다시 대형 수건을 들고 야외 수영장으로 내려간다. 이번 자리는 야외수영장에 설치된 파라솔이다. 물속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녀들, 구명대를 착용한 채 아빠 품에 안겨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 아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멋진 사진 한 장을 건지려는 여성들, 히잡을 쓴 것도 모자라 온몸을 옷으로 두른 이슬람 여성, 남편은 어디 갔는지 혼자서 멍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할머니….
같은 리클라이너 벤치이지만 바다 바로 앞과는 다른 분위기다. 다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쨌든 즐겁고 신난 것만은 눈치 챌 수 있다. 세상에 사람 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는데, 벤치에 드러누운 채 눈만 굴려 수영장을 둘러보는 지금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마누칸 섬의 자유
둘째 날 목적지는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 마누칸 섬이다. 리조트 수영장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섬으로 가는 사이 배 위에서 즐기는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바나나보트는 온몸에 짜릿한 전기를 흘려보낸다.
마누칸 섬 선착장에 내리면 두 얼굴의 해변이 손님을 맞이한다. 선착장 왼쪽은 섬의 사설 숙소에 묵은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해변이고, 반대쪽은 입장료만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자유형 해변이다.
마누칸 섬 오른쪽 해변은 정말 독특하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숲 바로 앞에 오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섬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양하고 이채롭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모습은 파도에 밀려 떠내려 온 통나무에 등을 기대 온몸을 태우면서 독서하는 젊은이다. 그는 과연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 옆에서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두 노인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오수에 빠졌다.
바다에서는 환한 표정으로 물놀이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장난을 치는 두 소녀, 물에 몸을 담근 채 두 소녀를 지키듯이 바라보는 맨머리 노인, 검은색 차도르를 온몸에 두르고 바다에 뛰어들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이슬람 여성들, 그들 옆에서 짧은 치마와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역시 사진을 찍는 동양인 여성들, 조금 더 먼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을 만끽하는 젊은이들…. 역시 세상은 넓고 인생의 표정은 다양하다.
■이국 일몰과 멍때리기
코나키나발루에 가면 반드시 일몰을 구경하라는 게 많은 블로거, 유튜버의 조언이었다.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은 영원히 잊기 어려운 장관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수트라 하버 리조트만이 아니라 코타키나발루의 여러 해수욕장에는 늦은 오후만 되면 일몰 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이 몰린다. 탄중아루 비치와 코콜 힐 그리고 베링기스 비치는 도시와 하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3대 해변 일몰 명소라고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일몰 자체만으로는 황홀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바다와 섬, 산 그리고 어선이 어우러져 관람객을 무아지경에 빠뜨리는 부산 사하구 다대포 일몰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야외 수영장 시설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주변 분위기와 어우러질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여행 사흘 내내 오후 6시 무렵이면 야외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낮과는 달리 수영복을 입을 필요도, 대형 수건을 들고 갈 필요도 없다. 그냥 원하는 자리를 찾는 안목만 있으면 된다. 이 시간이면 늘 해변 바의 테이블에는 빈자리가 없다. 대부분 젊은 부부나 연인이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테이블보다는 해변 석축이나 잔디밭을 선호한다.
자리는 어떻든 사실 상관이 없다. 그냥 먼바다에 시선을 고정하고 천천히 기울어가는 해를 보면서 멍때리기만 잘하면 된다. 집에서도 가끔 창밖으로 낙동강 너머로 지는 일몰을 바라보면서 멍때리기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아무 곳도 바라보지 않으면서 모든 걸 비우는 것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 이곳은 부산에서 수백 km 떨어진 외국이다. 멍때리기를 끝으로 사흘간의 자유는 막을 내린다.
2024-06-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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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이탈리아에서 ‘놀멍쉬멍’…이게 크루즈 여행이지!
배를 타고 외국을 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선박 편이 전혀 낯설 이유가 없다. 대륙을 벗어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일본을 오가는 페리가 운항한 지 오래다. 배편 해외여행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처음은 부산항에서 카멜리아호를 타고 후쿠오카로 갔을 때였다. 12시간을 꼬박 배에 머물렀는데, 심야에 마땅히 즐길 거리도 없어 선실에서 술을 좀 마시다 잠을 잔 게 전부였다. 이번엔 크루즈선을 탔다. 선박으로 해외를 간다는 사실 빼고는 모든 게 달랐다. 단순히 배 크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행지로 떠나기 위한 이동 수단인 페리와 승선 자체가 관광과 휴양을 포함한 ‘여행’이 되는 크루즈를 같은 범주로 묶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차오, 이탈리아 입국을 환영합니다
바다 위 리조트, 떠다니는 도시(혹은 국가) 등 크루즈를 일컫는 말은 다양하다. 볼거리와 놀거리, 먹을거리 등 여행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배 안에서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크루즈 여행을 잘 표현한 수식어다.
4박 5일간 경험한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의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는 한마디로 ‘바다 위에서 즐긴 이탈리아’였다. 로마신화를 콘셉트로 한 선내 장식과 디자인 요소는 물론이고, 올리브오일과 각종 파스타, 해산물을 아낌없이 내놓는 식사는 지중해 이탈리아를 유람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차오(ciao)’라는 인사말도 자주 듣게 된다. ‘안녕’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11만 4500t 규모의 대형 크루즈인 코스타 세레나호는 선체 길이가 부산국제금융센터 높이와 맞먹는 290m에 이른다. 1500개 객실에 최대 3700여 명의 승객을 수용한다. 승무원 수도 1000명에 달한다.
규모에 걸맞게 부대시설도 넉넉하다. 우선 워터슬라이드를 포함해 4개의 실내외 수영장이 있다. 12층과 9층 선미 쪽 수영장엔 온수가 보글거리는 자쿠지가 딸려 있다. 수영장 주변과 맨 위층 갑판 덱엔 선베드가 여유 있게 놓여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잔뜩 멋을 부리고 인생 사진을 건질 포인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봐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드넓은 세레나호 구석구석에서는 다양한 게임과 놀이, 축제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3층 메인홀은 일종의 바처럼 운영된다.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재즈 가수나 성악가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고 댄스파티에 참가하면 된다. 5층까지 3개 층을 튼 대극장에서는 아크로바틱 쇼 등 전문 배우들의 다양한 무대 공연이 펼쳐진다.
∎3대가 함께하는 해외여행
코스타 세레나호에 동승한 부산티엔씨 최재형 대표는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으로 “한번 출국하면 귀국 때까지 이동할 일이 없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크루즈선에서는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숙소를 옮기거나 낯선 교통수단을 이용해 새 목적지를 찾을 일이 전혀 없다. 현지 맛집을 검색해 예약하거나 줄을 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도 만만치 않은 일을 고령의 부모나 어린 자녀를 동반해 해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승하선 때 짐이 가득한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릴 일조차 없다. 지정 장소에 두기만 하면 객실이나 터미널로 배송이 되기 때문이다.
코스타 세레나호에서는 3대가 함께 온 가족 여행객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3대가 함께, 또는 따로 즐길 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선내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온갖 이벤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내 생활이 시끌벅적 요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레나호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과 예배당도 마련돼 있다. 꼭대기 층인 13층엔 100m 길이의 트랙이 있어 햇볕이 강하지 않은 아침저녁에 가벼운 러닝으로 땀을 흘리기 제격이다. 트랙 가운데 그물망으로 둘러쳐진 코트에서는 농구와 풋살을 할 수 있다. 최신 러닝머신과 운동 기구가 있는 헬스장도 무료로 운영된다. 10층엔 탁구대와 테이블 축구 게임기가 있어 가족이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린 자녀를 위한 키즈클럽도 운영된다.
9층 실내 수영장 옆에서는 온종일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농구공이나 축구공을 활용한 가벼운 게임부터 댄스 강습, 버블쇼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이벤트로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른들을 위한 카지노와 선상 로또, 유료로 운영되는 스파와 뷰티살롱, 사우나도 크루즈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포인트다.
∎부산항 모항으로 내달까지 8항차 운영
5월부터 국내 여행사들이 전세 운영(차터)하는 코스타 세레나호는 내달까지 부산항을 모항으로 8차례 운항된다. 23일 출항하는 4항차가 끝나면 이달 26일, 31일, 6월 3일(이상 팬스타 엔터프라이즈) 일본 도시(니가타, 사세보, 하코다테, 아오모리 등)에 기항하는 3항차 운항이 예정돼 있다. 롯데제이티비가 운영하는 마지막 8항차는 6월 24일 부산항을 출발해 사세보, 가고시마, 후쿠오카에 기항한 후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언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여행사가 전세 운영하는 만큼 한국인 크루가 상주하며 한국어 안내방송이 제공된다. 선내 프로그램의 장소와 시간 등을 안내하는 한국어 선상 신문도 객실마다 배달된다.
운항 중엔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칩으론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유료 패키지를 구매해야 한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쓸 수 있는 소셜미디어 패키지가 하루에 11달러로 그나마 싼 편이다. 인터넷이나 이메일은 안 되지만 보이스톡 통화는 가능하다.
뷔페와 정찬 레스토랑 이용은 기본 선실료에 포함돼 있지만 스테이크와 피자, 스시 식당은 유료로 운영된다. 이탈리아 선사답게 젤라또 가게도 있다. 면세점 물건 구입비 등 선내에서 사용한 모든 비용은 미리 예치한 현금이나 객실 열쇠(코스타카드)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정산된다.
2024-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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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매화·벽화에 홀리고 달콤한 열대과일 향에 반하고
겨울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비가 한두 차례 내리더니 기온이 꽤 높아졌다. 4월을 눈앞에 둔 세상은 이제 완전히 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새 계절의 향기를 즐기기 위해 봄나들이에 나섰다.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에서 고택과 매화, 초가집과 벽화 그리고 수목원과 야생화를 만나고 왔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한반도에 목화를 도입해 대량 재배에 성공한 문익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곳이다. ‘본리’는 행정구역명이며 ‘세거지’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의미한다. 이곳은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을 통해 우아한 고택과 주변의 아름다운 목화, 매화가 널리 알려져 특히 유명해졌다.
세거지는 문익점과 관련 있는 곳이어서 입구에는 대형 문익점 좌상이 설치됐다. 좌상을 중심으로 뒤쪽은 고택과 목화밭, 왼쪽은 연못, 오른쪽은 매화밭이다.
주말이면 길이 막힐 정도로 세거지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좌상과 매화밭이 함께 들어오는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또 세거지를 배경으로 삼아 목화밭을 찍어도 훌륭한 풍경사진이 된다. 하이라이트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어우러진 매화밭이다. 만개한 매화가 훌륭한 배경이 돼 주기 때문에 어디에서 찍더라도 ‘인생샷’이 완성된다.
충분히 사진을 찍었다면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볼 차례다. 고택 안에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는 없고 문화해설사에게 미리 문의하면 안내를 들으며 살펴볼 수 있다. 일단 문익점 좌상을 중심으로 오른쪽 매화밭을 지나 세거지 담장과 골목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세거지 주변 논밭에는 봄을 알리는 풀과 야생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민다. 흙담장으로 둘러싸인 골목길 안에는 아직 떠나기 싫어하는 겨울마저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세거지 곳곳에 우뚝 서 즐거워하는 여행객에게 미소를 보인다. 수령 100년을 넘은 보호수인 소나무와 회화나무의 높이에서 세거지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매화밭, 목화밭,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연못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고택과 연못 그리고 두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은 그림이 된다. 하지만 연못은 사진보다는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는 게 더 제격이다. 집에서 미리 내려온 드립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코를 간질이는 게 커피 향인지 봄의 내음인지 헷갈릴 즈음 춘곤증마저 느껴진다. 확실히 봄은 봄이다.
■마비정 벽화마을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자동차로 천천히 5~6분 정도 달리면 마비정 벽화마을이 나타난다. 2013년 ‘런닝맨’, 2020년 ‘동네 한 바퀴’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은 마을이다. 담장에 대충 그림만 그린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동네 전체가 그림에 파묻혀 벽화와 어우러진 곳이어서 신기한 분위기를 주는 공간이다.
벽화마을 입구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벽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그려졌다. 마을을 찾은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바로 위 공터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잔파를 다듬는다. 한 남성 어르신은 무얼 그리 잘못했는지 다른 여성 어르신에게서 잔소리를 듣는다.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으로서의 정이 담긴 잔소리다.
초가집의 노란 벽에는 소나무 고목과 하트, 그리고 낡은 창살이 그려졌다. 노란 볏짚 지붕과 색이 바랜 벽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초가집 벽과 담장에는 곶감과 항아리가 담겼다. 인근 마비정마을회관 담장 그림에서는 개구쟁이들이 신나게 놀이를 즐긴다. 농촌체험전시장의 나무 담장에는 펌프와 물장수 지게가 그려졌다. 지게를 지는 척하거나 펌프 손잡이를 누르는 척하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는 장소다. 마을 곳곳의 담장에는 노란 금잔화가 수줍게 머리를 내미는 중이다.
■대구수목원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구수목원에 들렀다. 자동차로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3~4분,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9~10분 걸리는 곳이다. 두 곳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봄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기대했던 대로 대구수목원에는 봄의 향기가 흘러넘친다. 곳곳에서 파릇한 풀이 피어나고 노란 개나리는 환한 미소로 만개해 화사한 햇살을 만끽한다. 많은 사람이 점퍼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중이다.
선인장‧다육식물원에는 분홍색 제라늄과 부겐빌레아가 활짝 피어 선인장으로 가득 찬 실내 공간을 환하게 빛낸다. 산책하러 나온 노부부는 식물원 앞에 활짝 핀 하얀 매화와 노란 개나리를 연이어 바라보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는다. 식물원 앞의 분재원 앞에는 뒤집어놓은 항아리를 배경으로 매화가 하얗게 피었다. 산책객들은 뜻밖의 풍경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파란 잔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미는 잔디광장 맞은편 화목원에서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그렇지 않아도 올봄에는 수선화를 구경하러 갈 생각도 했는데 뜻하지 않게 대구에서 만나게 됐다.
대구수목원 중앙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시설이 나온다. 바로 바나나, 멜론 등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열대과일원이다. 지금 과일이 열렸는지 궁금했는데, 입구 쪽에 새파란 바나나가 줄기째 주렁주렁 달렸다. 카사바 등 여러 식물 사이로 파파야 열매가 보이더니 과일원 끝부분을 돌아서자 만백유, 레몬 등 연노란색 과일 수십 개가 상큼한 향기를 풍긴다.
손을 내밀어 눈앞에 매달린 과일 하나를 따 먹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신기한 마음과 아쉬운 심정을 함께 남긴 채 대구수목원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2024-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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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막히고 인파 몰리는 해맞이…2024년 신상 ‘일출 맛집’은?
해가 바뀐다. 나흘 뒤면 2024년의 첫 태양이 떠오른다. 매일매일 새로 마주하는 해이지만, 새해 첫날의 해는 의미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한 해를 시작하는 기대와 다짐이 있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수평선을 뚫고 올라오는 해를 직접 맞으러 집을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혼잡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새해맞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부산의 관문, 북항 친수공원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과 울산, 경남의 일출 명소에는 대개 새벽부터 차량이 몰려든다. 자칫 잘못하 주차할 곳을 찾느라 해맞이 전부터 진이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인파 걱정까지 덜 수 있다면 금상첨화. 미리 둘러본 부산 북항 친수공원이 딱 그런 곳이었다.
최적의 교통수단은 도시철도 1호선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도 좋다. 부산역에 내려 역사 2층 뒤쪽으로 연결된 하늘공원에 들어서면 태평양으로 열린 북항 친수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공사 중인 오페라하우스 사이 정면으로 부산항대교가 우뚝 솟아 있다. 해는 부산항대교 뒤편의 신선대부두와 한국해양대(조도) 사이로 떠오른다. 신선대부두의 컨테이너 전용 크레인을 배경으로 고개를 내미는 해를 만나는 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면 오페라하우스 앞 수변 산책로까지 접근하면 된다. 부산역 하늘공원 육교를 통해 충장로를 건너면 친수공원 입구가 나온다. 경관 수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도교 4나 5를 건너면 오페라하우스 앞으로 이어진 수변 산책로가 나오는데, 이곳이 최적 포인트다. 바다를 향해 돌출형 나무 덱 전망대까지 마련돼 있어 사진 촬영에도 제격이다. 부산항대교 주변을 수시로 오가는 선박까지 프레임 속에 같이 담는다면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부산표 일출’ 작품이 된다. 북항 친수공원은 오전 5시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바다 위를 거닐며 즐기는 일출
하늘 높은 곳에서 일출을 맞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다. 눈 아래 펼쳐지는 일출 광경을 즐기는 방법은 우선 산을 찾는 것이다. 운동을 겸해 새해 새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산 정상을 향하는 것은 꽤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평소 등산을 꾸준히 하지 않는다면 새해 첫날부터 적지 않은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면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래 기억할 해맞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서구 암남동의 송도해상케이블카가 별도의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km 길이를 운행한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캐빈에 앉아 부산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을 맞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통상 오전 9시부터 운행하는 송도해상케이블카는 1월 1일 단 하루 해맞이객을 위해 오전 6시 30분 조기 개장한다. 탑승객에게는 음료와 핫팩, 무릎담요(선착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달 31일까지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다.
경남지역 케이블카 운영사도 일제히 해맞이객들을 위한 조기 운행 계획을 세웠다.
거제시 파노라마케이블카는 1월 1일 오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선착순 1000명에게 50% 할인 요금을 적용한다. 일출 관람 후에는 떡국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천바다케이블카와 통영케이블카도 오전 6시부터 운행한다. 케이블카는 기상 상황의 영향을 받는 만큼 사전에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한국천문연구원 예측 2024년 1월 1일 지역별 일출 시간은 다음과 같다. ▲부산·울산 7시 32분 ▲김해·거제 7시 33분 ▲창원·통영 7시 34분 ▲남해·사천 7시 36분.
포항 스페이스워크 일몰·호미곶 일출
부산 기장군을 비롯해 울산 울주군 간절곶과 포항 남구 호미곶 등 동해안을 따라 일출 명소들이 이어진다. 이 중 호미곶과 간절곶은 울산 대왕암공원과 함께 한반도(독도·울릉도 제외)에서 해가 제일 빨리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새해 첫해의 기운을 제일 빨리 받으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철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 호미곶으로 일출 여행을 떠난다면 인근에 있는 ‘신상’ 일몰 명소 스페이스워크를 놓치지 말자. 둥그런 구조물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찍을 수 있어 SNS 사진 욕심이 있다면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스폿이다.
롤러코스터를 빼닮은 스페이스워크는 포항의 대표기업 포스코가 설계·시공해 무료로 개방한 체험형 철재 조형물이다. 영일만을 두고 호미곶과 마주하고 있는 환호공원에 우뚝 서 있는데, 333m 길이의 트랙에 놓인 700여 개의 계단을 직접 오르며 동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동절기(11~3월)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2023년 마지막 일몰(오후 5시 11분 예상)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2023-12-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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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기본, 교훈은 덤…보석 같은 도시 ‘진주’ [겨울방학 추천 여행지]
겨울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부모가 어린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경남 진주시 실내외 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대기업 창업주 3명의 고향인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진주유등전시관 그리고 토지주택박물관이다.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는 남해고속도로 지수IC에서 내리면 1~2분 만에 도착하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자동차로 가기에 편리하다.
승산부자마을은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가 300년 이상 사이좋게 살아 온 한적한 시골이다. 럭키금성(현재 LG, GS그룹) 창업주 구인회, 삼성 창업주 이병철 씨가 함께 다녔던 지수초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 씨는 이들과 깊이 교류했던 사이였다. 그래서 이 마을은 ‘세 대기업을 일군 고장’으로 불린다.
승산부자마을에는 역사적 유물, 유적이나 아름다운 풍광은 없지만 각 창업주의 생가나 창업주의 후손 및 친척의 고택이 즐비하다. 각 고택은 문을 꼭 닫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면면히 흐르는 ‘부자의 기운’을 느껴 보려는 것이다.
K기업가정신센터는 승산마을의 역사와 한국 경제 발전사를 정리해 놓은 공간이다. 지수초등학교 역대 졸업생 명단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한국 기업사를 장식한 기업인 50여 명의 이름이 나열됐다. 엄청난 콘텐츠가 담긴 곳은 아니지만 초중학생에게 동기 부여의 기회를 주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고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이 기증한 경제전문도서관인 상남관이다. 모든 서적이 경제 관련이어서 이색적인 데다 도서관 내부가 매우 넓고 세련돼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한다.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진주남강유등전시관은 지난 10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유등 전문 전시관이다. 해마다 10월 말에 열리는 진주유등축제를 1년 내내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다면 평소에는 이곳을 찾아가면 된다. 유등축제에 등장한 모든 유등을 전시하는 것은 아니어서 규모 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곳곳에 마련된 시설은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전시관 로비에는 대한민국 등 공모대전 역대 수상작이 전시됐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각 수상작은 유등축제 기간 중에 야외에서 보던 등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수상작 전시장 뒤에는 유등터널이 이어진다. 수백 개의 등불로 구성된 곳이어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딱 좋은 장소다.
유등터널이 끝나면 ‘유등전시1’이라는 영상 공간이 등장한다. ‘희망의 강, 빛을 띄우다’를 주제로 삼아 화려한 유등 영상을 보여 준다. 그동안 유등축제에 등장했던 각종 유등을 미디어아트로 소개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이어지는 ‘유등전시2’에서는 ‘유등의 연원’을 주제로 유등의 유래와 의미를 알려 주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실내공간에서는 박선기 작가의 ‘물 위를 걷다’, 정진경 작가의 ‘나빌레라’, 박봉기 작가의 ‘호흡’ 같은 유등 주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옥상에는 유등카페와 유등공원이 마련돼 있다. 유등공원에는 유등축제에 등장했던 각종 유등이 전시됐다. 만화영화의 주인공 로봇태권V에서부터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 미국 액션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들과 ‘곤충들의 숲속 음악회’ 등이 공원 곳곳을 장식했다. 밤에는 유등에 불이 켜지기 때문에 낮보다는 저녁에 둘러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토지주택박물관
토지주택박물관은 진주혁신도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있는 시설물이다. 1997년 개관했으며 자료 5만여 점을 소장한 곳이다. 사실 처음에 이곳을 골랐을 때에는 효용성, 만족도에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둘러본 뒤에는 초중학생뿐만 아니라 나이가 든 성인도 가볼 만한 가치를 가진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토지주택박물관은 주택토지역사관, 기획전시실로 이뤄졌다. 주택토지역사관은 사진과 포스터, 실내 자재 등 각종 자료를 통해 토지주택공사가 서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70여 년간 일궈온 성과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영단주택과 한강맨션아파트 재현 공간에서는 1960~70년대 아파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새로운 삶을 닮다’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를 보여 준다. 아파트의 탄생에서 진화와 발전 및 각종 생활문화를 사진, 영상, 자료를 통해 살필 수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석유곤로, 연탄보일러, 관리실 인터폰, 분양 계약서 등이다.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도 들을 수 있다.
‘집을 닮은 삶, 삶을 담은 집’이라는 제목으로 황헌만 기증 사진전도 열린다. 1970년대 주거문화가 급변하는 시기의 농촌, 어촌, 산촌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당시의 여러 집과 소중한 삶을 보여 주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2023-12-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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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주만 열리는 얼음왕국, 즐길 준비 됐나요?
축제의 주무대가 될 화천천 얼음은 서서히 두꺼워지고, 행사를 빛낼 얼음 조각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음낚시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는 100만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나둘씩 마치는 중이다.
내년 1월 6~28일 화천천 일대에서 열리는 2024년 산천어축제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왔다. 축제와 함께 즐겨볼 만한 화천군의 관광 명소도 함께 둘러봤다.
■산천어축제 내년에도 ‘대박’
화천군은 산천어축제 개막을 3주 남겨두고 행사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주행사장인 화천천에 얼음을 얼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화천천에서는 꽤 두꺼운 얼음이 생성되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 속 날씨의 심술을 딛고 얼음을 손쉽게 얼리는 ‘요령’을 터득한 덕분이다. 핵심은 화천천 상류 쪽에 임시 흙댐을 쌓아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행사장 구역에서 물이 정체되는데, 물이 흐르지 않으면 얼음이 잘 언다고 한다.
산천어축제가 안전하게 진행되려면 얼음 두께가 30cm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은 5~10cm 정도 언 것으로 보인다. 화천군은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목표 두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얼음 얼리기와 함께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아이스봅슬레이장 설치 작업은 물론 집라인, 얼음축구‧컬링장, 얼곰이성 미끄럼틀, 겨울문화촌 설치 작업도 진행된다. 본격 공사를 앞두고 화천천 주변에는 각종 장비와 임시시설로 사용될 컨테이너가 옮겨지는 중이다.
화천군청을 중심으로 시내에는 한 달간 축제 분위기를 자아낼 화려한 거리 조명 시설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거리 조명은 어느 축제보다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얼음 조각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는 세계적 얼음축제인 중국 하얼빈 빙등제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얼음 조각가 8명을 초청해 얼음 조각을 만든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실내 공간인 조각광장에서 한국인, 중국인 작업자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화려한 얼음 조각을 다양하게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산타우체국 등 5대 관광 명물
산천어축제를 즐기러 화천군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5대 관광 명물’이 있다. 산타클로스우체국 대한민국 본점과 산천어커피박물관, 북한강 파크골프장 그리고 백암산 케이블카와 파로호 유람선이다.
시내에 있는 산타클로스우체국은 한마디로 아이디어가 빛나는 환상적인 장소다. 공간은 좁지만 내부를 꽤 잘 꾸며놓았다. 사진을 찍거나 지역민이 만든 각종 수공예품을 비싸지 않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특히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명하다. 여기서 편지를 써서 접수시키면 핀란드의 ‘공인 산타 마을’인 로바니에니 마을의 산타클로스에게 전달된다. 편지를 받은 산타클로스는 반드시 편지를 쓴 사람에게 답장을 해 준다.
산천어축제 기간인 내년 1월 15일에는 로바니에니 마을의 산타클로스가 화천군을 방문한다.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요정인 산타 엘프도 함께 온다. 두 사람은 산타클로스우체국은 물론 화천 곳곳에서 사인회, 사진 함께 찍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타클로스우체국 인근의 커피박물관은 커피 전문가인 제임스 리가 평생 수집한 커피 관련 기구와 자료를 기증한 덕분에 만들어졌다. 넓은 곳은 아니지만 아주 흥미로운 기구가 다양하게 널린 데다 스페셜티 커피 맛도 일품이어서 꼭 들러볼 만한 장소다.
파크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화천만 한 곳이 없다. 북한강을 따라 파크골프장이 3곳이나 조성됐다. 서울, 경기도는 물론 멀리 대구와 경남 창원에서도 이곳까지 파크골프를 즐기러 온다. 밤에도 운동할 수 있게 조명 시설까지 갖춰져 하루종일 공을 칠 수 있다. 특히 산천어파크골프장의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해 질 녘에 찍는 사진은 정말 환상적이어서 SNS에서 인기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군사시설을 지나 해발 1170m의 산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휴전선 너머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이다. 강원도 전문인 새영남해외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지금은 겨울이어서 온통 갈색 세상이지만 여름에는 초록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감탄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지정된 장소 두 곳만 제외하고는 북한 땅은 물론 백암산 전경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로호는 일제 강점기이던 1939년 일본이 화천댐을 건설한 덕분에 생겨났다. 동아시아 침략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고 수심 50m라는 호수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화천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의 호수’라고 부른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 외에는 볼 게 따로 없는 파로호 뱃놀이는 너무 차분하고 담백해서 지겹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시의 먼지를 털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1시간가량 호수 수면이나 주변 산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다. 이곳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탁월한 장점이다.
2023-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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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단풍 여행하기…임금님도 반한 ‘다섯 궁궐’ 속으로
더웠다 쌀쌀했다 오락가락 날씨지만 자연은 완연한 가을옷을 입었다. 북에서 남으로 단풍이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있다. 산꾼들은 단풍 산행에 나서겠지만, 도시에서도 단풍을 즐길 기회는 많다. 특히 서울 한복판에서 오색찬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조선시대 고궁들이다.
■기쁨이 넘치고 빛나는 ‘서궐’
고궁을 만나기 위해 옛 한양도성 일대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경희궁이 자리한다. 정문 격인 홍화문으로 들어서자 빌딩 숲속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숭정전 입구인 숭정문까지 이어진 길 양옆으로 아늑한 정원과 잔디밭이 방문객을 맞는다.
정원과 화단에는 크고 작은 나무 수백 그루가 푸르렀던 잎을 벗어던지는 중이다. 나무 밑동 주변과 산책로 곳곳에 따스한 노랑·빨강·갈색 빛깔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누군가 낭만을 떠올렸는지, 길 한편에 낙엽을 모아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산책하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경희궁(慶熙宮)은 도성의 서쪽에 있어 ‘서궐(西闕)’로도 불렸다. 이름처럼 기쁨이 넘치고 빛나는 궁이었지만 고종 때 경복궁 중건을 위해 전각을 헐어 자재로 썼고, 일제강점기엔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건물 대부분이 사라졌다. 면적도 절반으로 줄어 옛 위용은 ‘서궐도(西闕圖)’ 그림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규모는 쪼그라들었지만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룬 형태는 그대로다. 기괴한 자태의 느티나무도 40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궁의 역사를 전한다.
경희궁은 올 9월부터 보수 공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숭정전만 관람이 가능하다. 발걸음을 돌리기 아쉽다면 잔디밭과 정원 일대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어 볼 만하다. 사각사각, 발아래 바스러지는 낙엽 소리가 도시의 묵은때를 씻겨 낸다. 특히 이맘때쯤 숭정문 앞은 낙엽 주단이 깔려 콘크리트 바닥의 삭막함을 덮는다.
경희궁 서쪽에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조성돼 있다. 마을 안쪽 돈의문역사관에서는 조선시대와 개항 이후 돈의문 일대 역사, 새문안 동네가 돈의문박물관마을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특히 옛 식당 ‘아지오’와 ‘한정’ 건물을 활용한 역사관 자체도 마을의 역사를 간직해 인상적이다.
아지오 2층 네모 창 너머로는 앞서 거닐었던 경희궁 정원이 그림처럼 바라다보인다. 역사관 안팎에는 옛 화장실과 경희궁 담장의 흔적이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 중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도시재생의 현장. 미래 세대를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왕의 효심과 아픈 역사 서린 ‘동궐’
서궐 주변 탐방을 마치고, 동궐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울에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등 조선시대 다섯 궁궐이 있다. 이 중 동쪽에 위치한 창덕궁·창경궁 일대를 ‘동궐(東闕)’이라 불렀다.
경복궁에 이어 건립된 창덕궁은 후원 등이 잘 보전돼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루 방문객 수가 제한돼 후원을 둘러보려면 온라인 예약을 하거나 당일 현장 예매를 해야 한다. 인터넷 예약에 실패해 아침 일찍 창덕궁 돈화문을 찾았지만 현장 표도 구하지 못했다.
매표소 옆에 우뚝 선 은행나무로 아쉬움을 달랜 뒤 창덕궁과 동쪽으로 맞닿은 창경궁으로 향했다. 창경궁은 성종의 효심으로 탄생한 궁궐로, 창덕궁의 생활공간이 좁아지자 정희왕후(세조 비), 안순왕후(예종 비), 소혜왕후(덕종 비) 등 대비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다.
창경궁은 입구인 홍화문부터 여느 궁궐과 다르다. 남쪽이 아닌 동쪽으로 나 있는데, 남·서·북쪽은 구릉지이고 동쪽은 평지인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보물 옥천교를 지나 명정문으로 이어진다. 옥천교의 무지개 아치 사이에는 나쁜 기운을 막는 도깨비 얼굴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다리 아래 옥천의 물길은 춘당지에서 시작해 청계천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진다.
창경궁 북쪽에 위치한 춘당지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대규모 연못이다. 둘레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느린 걸음으로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물은 맑은 편이 아니지만, 다채로운 빛깔이 수면 위를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다. 연못 위로 잎을 드리운 각양각색 나무들의 반영이다. 수면을 떠다니는 낙엽 사이로 크고 시커먼 물체가 유영한다. 수십 년은 묵은 것처럼 보이는 잉어들이다. 단풍·낙엽·연못, 어느 배경이건 담는 족족 그림이 된다.
창경궁은 일제강점기 때 특히 시련을 겪은 궁궐이다. 궁내 건물 대부분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지은 뒤 ‘창경원’으로 격하시켜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지금의 춘당지도 원래는 왕이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려 직접 농사를 짓던 논(내농포)이 있던 자리인데, 일제가 논을 파헤쳐 큰 연못을 만들었다. 1983년 동물원을 이전하면서 시작된 창경궁 복원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선 으뜸 ‘경복궁’과 단풍 으뜸 ‘덕수궁’
고궁 단풍 여행에서 조선 으뜸 궁궐인 ‘경복궁(景福宮)’을 빼놓을 수 없다. 궁궐 주변에서부터 단풍이 눈길을 끈다. 경복궁 북쪽 담장과 청와대 사이를 지나는 ‘청와대로’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탓에 눈이 부시다. 경복궁은 청와대 주변을 거닐다 북쪽 신무문으로 입장해도 좋고, 동문 입구 주차장을 통해 남쪽 흥례문으로 들어가도 된다.
경복궁을 대표하는 근정전을 향해 근정문으로 들어서자 단풍 못지않은 화려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다. 색색의 치마·저고리가 궐내 가을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경복궁 내 수많은 문화재 건물 중에서 특히 경회루에 오랫동안 발길이 머문다. 연못에 비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가을 정취를 물씬 뿜어낸다. 경회루는 외국 사신이나 신하들을 맞이해 왕이 연회를 베풀던 곳이다. 누각에 올라 조선 왕실의 흥과 풍류를 짐작해 본다.
길에서 만나는 단풍으로는 덕수궁 돌담길만 한 곳이 없다. 가을단풍길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단풍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로수뿐만 아니라 담장 안쪽 나무들도 눈에 들어온다. 덕수궁의 단풍이다. 특히 궁내에서 보면, 서양 건축 양식의 석조전과 어우러진 단풍이 이국적인 풍광을 그려낸다.
석조전 뒤편 돈덕전은 붉은 벽돌과 초록색 창틀 외관부터 이채롭다. 대한제국 시절 영빈관으로, 일제강점기 때 헐렸다가 최근 재건돼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바로 앞에 힘겨운 자세로 버티고 선 노거수가 돈덕전의 수난을 말하는 듯하다. 덕수궁 동쪽에는 연지가 자리한다. 수면 전체가 녹색 연잎으로 뒤덮였다. 그 위로 낙엽이 떨어져, 점점이 물감을 찍은 듯 점묘화처럼 보인다.
조선의 다섯 궁궐은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풍 구경을 하면서 궁궐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를 품은 고궁의 단풍은 한층 다채롭게 다가온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email protected]
2023-11-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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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가을 두 발로 느껴 볼까… 부울경 ‘명품 숲길’ 나들이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고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은 여러 모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걷기에 최적인 계절이다. 무더위와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과 겨울은 내버려두더라도, 적당한 기온이 유지되는 봄에도 잦은 비와 미세먼지, 황사 때문에 걸으러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을 보낸 뒤 후회해 봤자 만시지탄일 뿐. 때마침 산림청에서 국토 녹화 50주년을 기념해 ‘걷기 좋은 명품 숲길’ 50곳을 선정했다. 가까운 명품 숲길을 찾아 자연이 선물하는 생명의 기운을 담아오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명품 숲길 중 접근성이 좋고, 코스 길이가 길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는 숲길들을 다녀왔다.
■부산 구포무장애숲길·대천천 누리길
부산 북구 구포동에 있는 ‘구포무장애숲길’은 오직 나무 덱으로만 이어지는 길로, 이름처럼 노약자·장애인·임신부·어린이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계단이 없어 유모차와 휠체어도 이용할 수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구명역 2번 출구로 나와 15분 정도 낙동북로를 따라 부산시교육청학생예술문화회관 입구 방면으로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구포무장애숲길 안내판과 함께 그 뒤로 산을 오르는 덱길이 나타난다. 주차장도 갖췄다. 구포무장애숲길의 길이는 덱길이 끝나는 범방산 중허리 해발 210m 지점 범방산전망대(하늘바람전망대)까지 2km다. 전망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감안하면 총 4km다. 덱길은 범방산전망대까지 굽이돌아 이어진다. 누구나 숲길을 누릴 수 있도록 경사를 완만하게 하기 위해서다.
덱길 양옆으로는 소나무와 왕벚나무, 단풍나무 등이 나란히 서서 반갑게 맞아준다. 범방산전망대에 닿기 전 전망대 두 곳을 만난다. 휴식은 물론, 낙동강과 맞닿은 서부산 지역 일대와 저 멀리 경남 김해와 양산 지역까지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진다. 덱길을 오르는 동안 거북이 엎드려 알을 품은 듯한 거북바위(황제바위)와 충정 어린 정승의 모습을 한 정승바위(옛 맷돌바위) 등 절묘한 기암괴석을 찾아 보는 재미도 있다. 덱길 중간중간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가 붙어 있어 체력 배분을 할 수 있다. 범방산전망대에 도착해 전망 덱에 오르면 이전에 거쳤던 전망대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조망이 더 뚜렷하고 시원하다. 범방산전망대에서 다시 내려오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이라 숲길을 둘러보며 여유롭고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 금정산 자락에 있는 ‘대천천 누리길’은 조성된 지 3년여밖에 되지 않은 데다, 산자락에 있어 아직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찾아본 이들은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과 금정산 자락의 장대하고 시원한 경치를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싶어하는 곳이다. 대천천 누리길은 산성로 보행로를 따라 화명수목원 쪽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산자락 길쭉한 지형에 전망대와 쉼터, 잔디 광장, 유아체험숲, 주차장을 갖춰 숲길이라기보다는 공원처럼 느껴진다.
산림청은 대천천 누리길의 길이를 8km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천천 누리길의 길이는 400m 정도다. 산림청은 대천천 누리길을 중심으로 인근에 있는 대천천, 화명수목원과 이어지는 길, 화명수목원 내 산책로, 그리고 금정산 산성마을까지 이어지는 갈맷길을 포함했다.
대천천 누리길은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수국이 많이 식재돼 있어 개화 시기인 여름철엔 수국을 보러 찾는 이들이 많다. 전망대는 경사를 따라 3곳 설치돼 있다. 특히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누리전망대(전망대A)에서 금정산을 바라보면, 부산의 명산이 주는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누리전망대는 화명수목원과 덱길로 연결돼 있다. 화명수목원은 생태연못, 미로원, 침엽수원, 활엽수원 등 사이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걷기 좋다. 대천천 누리길에서 산성로 덱길은 따라 걸어 내려가면 물놀이 명소인 대천천 계곡과 애기소를 만난다.
■울산 솔마루길 2코스·큰마을저수지 둘레길
솔마루길 2코스(울산대공원 구간)와 큰마을저수지 둘레길은 울산을 대표하는 명품 숲길이다. 두 숲길 모두 도심 속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걷는 데 1~2시간 정도면 충분해 당일치기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솔마루길 2코스는 솔마루다리~울산대공원 현충탑 입구~솔마루하늘길 5.2km 구간으로, 울산대공원 속 산 능선을 따라 걷는 숲길이다. 솔마루길은 울산의 도심 속 숲길로, ‘소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를 연결하는 산책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 4개 코스(총 24km)로 구성돼 있으며, 선암호수공원과 신선산, 울산대공원, 삼호산, 남산, 태화강 둔치를 잇는다. 솔마루길 2코스는 숲이 가장 울창해 4개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다.
숲길 걷기는 솔마루하늘길에서 시작해도 되고, 반대로 솔마루다리를 출발점으로 잡아도 된다. 주차를 해야 한다면, 솔마루하늘길과 가까운 울산과학관이나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 솔마루다리 인근 공터에 하면 된다.
솔마루하늘길을 출발점으로 잡고 울산과학관에 주차한 뒤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 출입구 쪽으로 빠져나오면 차가 쌩쌩 달리는 대로(문수로)가 나온다. 횡단보도가 없어 주변을 둘러보니 일반 육교와는 생김새가 다른 육교가 있는데, 바로 솔마루하늘길이다. 솔마루하늘길은 솔마루길 2코스와 3코스의 숲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솔마루하늘길을 건너면 본격적으로 숲길이 시작된다. 산 능선을 따라 완만한 경사 길이 이어져 가벼운 차림으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야간 안전을 위해 돌고래 형상의 가로등도 띄엄띄엄 설치돼 있다. 짧지 않은 숲길이다 보니 ‘내가 제대로 걷고 있나’ 의구심이 수시로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친절한 이정표가 나타나 길을 헤맬 염려도 없다. 울산대공원이나 선암호수공원, 현충탑 쪽을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걸으면 된다.
솔마루길 2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종일관 변치 않는 풍경은 길 양옆으로 늘어선 소나무들이다. 수령이 꽤나 돼 보이는 소나무들이 둘레가 아름드리 크기부터 어른 손바닥만 한 것까지 다양하다. 하늘로 우뚝 솟은 소나무도 있고 등이 굽은 소나무도 있고 그 모습도 인간 군상처럼 각양이다. 솔마루길 2코스는 솔마루다리에서 끝난다. 솔마루다리 역시 육교처럼 생겼다. 숲길의 연속성을 위해 찻길을 건너 솔마루길 1코스를 이어준다. 솔마루하늘길에서 솔마루다리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무료하지 않다.
큰마을저수지 둘레길은 울산 동구 서부동에 있다. 염포산 자락에 위치한 큰마을저수지는 원래 바로 앞에 자리한 현대중공업의 공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저수지 둘레 숲길을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변모했다. 숲길은 저수지 가장자리를 일주한다. 반시계 방향으로 걷든, 시계 방향으로 걷든 상관 없다. 길이는 2km가 조금 넘는다. 산자락에 있는 숲길이어서 오르락내리락 걸어야 하지만 비탈이 심하진 않아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벤치와 정자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저수지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특히 일주로 중간쯤에 있는 팔각정인 송백정에서는 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제대로,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즐길 수 있다. 송백정에서 맞은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수지 풍경과 고층 아파트 단지의 도회적인 분위기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다.
큰마을저수지 둘레길은 구간별로 자연학습지구, 경관지구, 치유지구, 숲테마·습지지구 등의 테마가 있다. 자연학습지구는 저수지 바로 옆 녹수초등학교 학생 등 어린이들을 위한 야외 교실, 체험 텃밭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백정이 있는 경관지구에서는 저수지 일대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치유지구는 다양한 나무가 식재된 산림욕 공간이다. 숲테마·습지지구에는 습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수변 관찰 덱과 편백나무 숲 산책 공간이 있다. 아담한 숲속 놀이터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다.
2023-11-0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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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가족 나들이, ‘놀이터 천국’ 밀양으로 가 볼까!
여행을 하다 보면 ‘여기에 이런 게 있었어?’라며 으레 눈이 휘둥그레지는 곳이 있다. 경남 밀양시가 딱 그런 곳이다. 밀양의 명소 몇 곳을 찾았다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대형 놀이터를 발견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역 대표 관광지에 놀이터가 있다니. 그것도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시설 수준까지 높은 놀이터가 세 곳이나…. 아이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나들이객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며 지역 명소가 된 놀이터 세 곳은 ‘밀양의 3대 놀이터’로 불린다. 아이들의 놀이와 체험만 할 수 있다면 아쉬울 수 있다. 놀이터 옆에는 밀양의 유명 유적지와 공원, 사찰이 있다. 놀이터를 찾았다가 역사 공부와 사찰 탐방을 하고, 산책과 물놀이까지 겸할 수 있어 밀양의 3대 놀이터가 더 유명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도록 가족들과 넉넉한 정을 나눈 뒤 밀양으로 가족 여행이나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사명대사 유적지와 연꽃타워 놀이터
연꽃타워 놀이터는 경남 밀양시 무안면 고라리 사명대사 유적지 안에 있다. 밀양을 얘기할 때 사명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밀양 출신의 승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평양성 탈환 작전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고, 국방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부국강병에 힘썼던 호국 불교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
연꽃타워 놀이터 역시 그런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과 애민 애족의 숭고한 얼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사명대사 유적지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연분홍 색깔의 연꽃 모양 원형 조합놀이대가 나타난다. 4층짜리 이 타워형 놀이 기구는 높이가 15m나 돼 가까이에서 보면 웅장하다. 마치 우주로 날아갈 준비를 한 로켓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못 아래에서 솟아난 연꽃처럼 주변 바닥이 움푹 패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얽히고설킨 로프를 타고 층을 오르내리거나, 층마다 놓인 구불구불한 그물을 밟고 이동하며 놀 수도 있다. 그물 사다리와 11.7m, 8.7m 높이의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어 스릴도 만끽할 수 있다.
놀이터 주변에는 정자와 벤치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쉼도 배려했다. 사명대사 유적지 왼쪽으로는 중촌소류지라는 못이 있고, 못 주변으로 나무 덱길이 설치돼 있어 산책도 가능하다. 일부 나무 덱길 구간은 대나무 숲이 감싸고 있는데, ‘사명대사 수행의 길’이라 불린다. 사명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명상을 할 수 있는 대나무 숲길이다. 중촌소류지 전망 덱에서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고요하고 아늑한 풍경 속의 주인공이 돼 사색에 잠겨 봐도 좋다. 전망 덱에는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사명대사 조형물 포토존도 있다.
사명대사 기념관과 추모광장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사명대사 기념관(무료)에서는 그가 남긴 장삼(스님이 평소에 입는 웃옷)과 친필 글씨, 서책 등 유물과 사명대사의 어린 시절, 출가 과정, 승려 의병장으로서 업적, 뛰어난 외교 능력 등 그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추모광장과 상징광장에는 사명대사 동상과 일대기를 그린 부조벽화가 있다. 사명대사 유적지 입구로 다시 돌아 나오면 바로 옆에 사명대사 생가터와 사당도 있으니 들러보자. 풍전등화였던 나라를 구할 생각에만 몰두했던 사명대사의 절절한 마음이 잠시나마 전해온다.
■밀양아리랑대공원 어린이놀이터
밀양아리랑대공원 어린이놀이터는 밀양시 교동 밀양아리랑대공원 내에 있는 어린이놀이터다. 밀양아리랑대공원은 밀양의 대표적인 도심 속 공원으로 남녀노소 찾기 좋은 곳이다. 밀양아리랑 아트센터와 광장, 연못,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 월남참전비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어린이놀이터는 공원 입구 있는 광장을 지나면 나온다. 어린이놀이터에는 도토리타워라 불리는 대형 조합놀이대를 중심으로 원형 그네, 회전 놀이 기구, 코끼리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 기구가 있다. 그물 사다리를 밟고 도토리타워 꼭대기로 올라가 그물을 밟고 이동하며 대형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바로 옆에는 유아용 놀이 기구들이 모여 있는 유아 놀이터(만 2~5세)와 통나무와 모래 등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생태 놀이터도 있다. 아이들의 나이대나 취향도 배려했다. 특히 잔디로 된 사면에 줄을 잡고 올라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사면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밀양아리랑대공원은 커다란 연못인 교동구못을 가로지르는 수변 덱은 물론이고, 못 둘레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산책을 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교동구못은 운치가 있어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교동구못 옆 경사진 언덕에 널찍이 자리한 ‘쓰리랑 숲’도 빼놓을 수 없는 산책 코스다. 숲의 이름도 재밌지만, 숲의 조성 경위도 흥미롭다. ‘출향인의 숲: 고향이 그리운 출향인의 아리랑 숲’이라는 부제가 달린 쓰리랑 숲은 2017년 조성을 시작한 곳으로, 밀양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이 기증한 나무로 만든 정원이다. 매화나무와 층층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산수유, 산사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정원을 싱그러운 녹음과 향기로 가득 메운다. 나무마다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팻말에 담아 쓰리랑 숲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 숲 사이사이로 난 산책로도 걷기 좋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들이나 고령자도 걷기에 큰 무리가 없다.
밀양아리랑대공원 주변에는 밀양시립박물관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국립밀양기상과학관 등 밀양을 대표하는 전시·공연·교육 공간이 몰려 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배울 거리가 다양한 만큼 함께 찾아본다면 하루가 금방 간다.
■표충사와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
표충사 계곡에 있어 ‘표충사 계곡 놀이터’로 불리기도 하는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는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에 있다. 밀양 3대 놀이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더블돔 플레이, 스파이더 네트 타워, 스카이워크-우디, 나무집 놀이터, 개미 타워, 무지개 그네 등 6개 대형 놀이 기구가 있다. 더블돔 플레이와 스파이더 네트 타워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그물망을 밟거나 몸을 비집고 들어가 정상까지 올라간 뒤 높고 기다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 기구로 아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카이워크-우디는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 긴 그물망 다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기구다. 유아들은 나무집 놀이터에서 놀면 된다.
밀양은 가을에도 한낮엔 더위가 여전하다.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 곳곳엔 쿨링 포그가 설치돼 있어 한낮 더위와 놀이로 흘린 땀을 시원하게 식혀 준다. 놀이터 옆 계곡에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졸졸 흐른다. 2019년 문을 연 우리아이마음숲놀이터는 표충사 관광지와 연계한 자연 친화적 놀이터로 이듬해 행정안전부가 인증한 전국 우수 놀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놀이터 주변에는 맑은 계곡과 시전마을 산책로, 표충사가 있어 함께 여행하기 좋다. 시전마을 산책로는 놀이터 도로 건너편에 입구가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로 표충사까지 2km 정도 이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상사화 꽃길과 표충사에서 입적하신 스님의 장례를 치르는 표충사 다비장,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닮은 부부나무 등과 만날 수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주변의 빼어난 경치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약산 기슭에 있는 표충사는 놀이터에서 자동차로 2~3분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표충사는 통도사에 딸린 절로, 사명대사의 충훈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표충사당이 있는 절이다.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에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고, 사찰 경내 뒤편으로는 영남 알프스 8봉에 속하는 웅장하고 험준한 재약산과 천황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수려한 산색을 뽐낸다. 가을 표충사는 단풍이 아름다운 단풍 명소다.
2023-09-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