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상 주차장 권고하는데… 공원형 아파트 어쩌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보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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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이후 지은 단지
지상 공원, 지하에 주차장 조성
1층 주민들 설치 반대 민원도
“화재 진압 기술 발달이 해법”

26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뒤편엔 단지 내 산책로와 지하 통로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26일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뒤편엔 단지 내 산책로와 지하 통로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전기차 이용이 늘어나면서 주차장과 충전시설 설치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 당국은 지상 설치를 권고해도 유휴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상 주차장이 없는 일부 아파트는 어디에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오후 3시 부산 동래구 안락동 한 아파트. 주차장 한켠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상태였다. 입주민 정윤복(58) 씨는 “안 그래도 좁은 주차장인데, 통행에 불편을 끼치는 충전시설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멀리 돌아간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하보다는 바깥에 있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영아(61) 씨는 “불이 났을 때를 생각하면 지상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은 주차 대수 5% 이상, 2022년 1월 28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2% 이상 범위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화재 등 위험에 대비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나 이동식 수조 설비 등 소화 시설 통행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량이 밀집된 상태라 더 큰 피해로 번질 우려도 있다. 다만, 강제 사항이 아니기에 현장에서는 아파트 사정을 고려해 충전시설 설치 위치를 정하고 있다.

문제는 권고 사안을 따르려 해도 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연제구는 전기차 주차장 설치가 완료된 47곳 중 8곳만 지상에 전기차 주차장이 설치됐다. 대부분이 구축 아파트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은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주차장은 지하에 만드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상 주차장이 있더라도 유휴 공간이 부족해 설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입주민 불만을 사기도 한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지상 설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1층 주민들이 충전소 설치로 사적 공간을 침해당한다며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며 “전기차 주차장 10곳 중 1~2개 정도만 지상에 설치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화할 기술이 발달돼야 주차장 설치 위치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현재 전기차 밑으로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는 드론과 화재 위험성이 높은 전해질 액체 배터리를 전고체 배터리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 중”이라며 “전기차 주차장 위치를 둘러싼 논쟁은 과도기적 문제로 전기차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화재 진압 기술이 도입된다면 일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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