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 달라도 계속 성장하겠다는 열정은 같아요” [5060, 부산의 활력으로]

송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② 평생 배운다

일 릿쿄대학 평생 교육 모범 선봬
5060세대 세컨드 스테이지 인기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수업 제공
45개 과목 인생 후반기 설계 도와

부산 하하 캠퍼스도 모델로 삼아
단순 취미 활동 넘어 ‘깊이’ 추구

일본의 대표적인 대학 평생 교육 프로그램인 도쿄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수업 모습.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은 50세 이상만 수강 가능하며 일부 수업은 일반 학부생과 함께 듣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학 평생 교육 프로그램인 도쿄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수업 모습.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은 50세 이상만 수강 가능하며 일부 수업은 일반 학부생과 함께 듣는다.

성인 대상 평생 교육은 주로 백화점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에서 이뤄진다. 대부분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종류는 비교적 다양하지만, 단기적 취미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 은퇴 후 삶의 동반이 될 ‘반려 활동’을 찾는 이들에게는 ‘깊이’가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시 하하 캠퍼스를 중심으로 운영될 부산가톨릭대학교의 미래설계융합학부는 평생 교육의 ‘깊이’를 추구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꾸릴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5060세대를 위해 4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하하 캠퍼스 평생 교육의 모델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대학 평생 교육 프로그램인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을 둘러봤다.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어”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 릿쿄대학 14호관의 한 강의실. 쿠리타 교수의 ‘학문의 세계 A’ 수업을 듣기 위해 100명 가까운 학생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학생들은 중요한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고 형광펜으로 교재에 밑줄을 치고, 노트에 필기를 이어갔다. 뜨거운 수업 열기만큼 인상적인 것은 학생들의 나이. 대부분 60대 초반으로, 백발의 학생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50세 이상만 입학 가능한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을 수강 중인 1학년 학생이었다. 세컨드 스테이지는 '두 번째 무대'라는 뜻으로, 은퇴 후 인생 후반기를 의미한다.

학생들이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에 입문한 이유는 다양했다.

작년에 회사를 퇴직한 시미지(68) 씨는 “죽을 때까지 현명하게 살고 싶다”며 “그런 의미에서 학문의 세계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해서”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을 수강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부모님과 평생 작은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나가시마(60) 씨는 “작은 세계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노인이 되었을 때 괜찮을까’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 입학 이유였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배움을 통해 다시 사회에 참여하고 싶다’거나 ‘평생 한 직장에서 근무해서 다른 세계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밝힌 이도 있었다. 입학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성장하겠다는 열정은 같았다.

이들의 수업 만족도는 높았다. 나가시마 씨는 일부 수업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야마모토(58) 씨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같은 세대를 만나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수업 듣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학 평생 교육 프로그램인 도쿄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세미나 모습. 일본의 대표적인 대학 평생 교육 프로그램인 도쿄 릿쿄대학의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세미나 모습.

■나를 돌아보고 후반기를 준비한다

1874년에 설립된 릿쿄대학은 도쿄에 위치한 학생 2만 명 규모의 명문 대학이다. 릿쿄대학에서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을 처음 운영한 것은 2008년으로, 일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자들에게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세컨드 스테이지 학생들은 총 45개 과목 중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데, 세대 통합 방침에 따라 일부 과목은 일반 학부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세컨드 스테이지 학생의 평균 나이는 63세가량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일본 사상을 명저로 따라가기’, ‘음식과 건강의 과학’, ‘SDGs(지속가능한개발)와 비즈니스 법’ 등이다.

초창기 일본 유명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라는 과목이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역사를 시대사와 연계해 작성하는 수업으로, 유력 인사들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하는 자서전 형식의 연재인 ‘나의 이력서’에서 힌트를 얻은 수업이었다. 개인의 인생을 돌아보게하고 인생 후반기 설계를 도와준다는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목적을 잘 보여주는 수업으로 평가받았다. 강의식 수업 이외 학생들과 지도 교수가 논문 작성을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세미나 수업 등도 있다. 릿쿄대학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은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릿쿄대학 쿠리타 카즈아키 교수는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문화 교양 프로그램과 성격이 다르고,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과 달리 폭넓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수강생은 본 과정과 전공 과정 각 1년씩, 총 2년까지 재학 가능하다. 수료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다른 대학의 유사 과정을 듣는 등 배움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이가 상당수다. 또 NGO 등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교 측은 재학생과 졸업생의 사회봉사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 서포트 센터’를 두고 있다. 기수별 모임이나 동호회도 활성화되어 있다. 올해 세컨드 스테이지 과정의 연간 학비는 43만 엔(약 370만 원)이다.

도쿄=글·사진 송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송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