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써야 하는 첨단산업, 물값 무서워 부산 안 올라

남형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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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수 없는 동부산권 산단

이차전지·전력반도체 등 첨단산업
제조업보다 물 사용량 5배 더 많아
비싼 물값 해결이 기업 이전 관건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 재활용 등
차등 전기료 연계 해법 발굴 부심

부산 동부산권 산업단지에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선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동부산권 산업단지에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선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공업용수 미공급이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부산 동부산권 산업단지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전력반도체·이차전지 등 물 사용량이 많은 첨단산업 관련 기업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공업용수 미공급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기업들은 공업용수 관로 설치나 해수 담수화 시설 활용 등 어떤 대책이든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손실

이차전지 관련 A기업은 동부산권 산단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총 8000억 원을 투자해 연 3억 개의 이차전지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A기업에서 추산하는 하루 물 사용량은 2800t이다. 부산시의 동부산권 산업단지 공업용수 수요량에 따르면 14개 산단의 평균 하루 물 이용량은 약 1600t이다. 한 기업의 사용량이 산단 한 곳의 사용량보다 많은 셈이다.

동부산권에 집적하고 있는 이차전지·전력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전통적 제조업에 비해 물 사용량이 5배 정도 더 많다. 부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쿨링타워 냉각수 등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동부산권에 관련 산업이 몰릴수록 물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만큼 생활용수 사용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A기업 관계자는 “생활용수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니 억울한 면이 많다”며 “기업들이 수년째 개선 건의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생활용수 가격을 인하하는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남권의과학단지 내 자리 잡은 전력반도체 관련 기업인 B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도체 산업에서 물은 고도의 정수처리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 상태로 만들어 사용된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초순수를 사용해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오염물을 세척한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사용된 여러 화학물질을 희석하는 데도 초순수가 활용된다. 업계에선 보통 6인치 웨이퍼를 하나 깎아내는 데 1t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B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부품 생산업은 결국 원가절감 싸움이다”며 “첨단산업을 키우겠다면서 공업용수 관로 자체가 동부산권 산단에 없다는 건 기업 이전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관로 설치는 부산 미래 위한 투자”

부산의 공업용수 관로는 466개로 모두 서부산권에 설치돼 있다. 사하구 120개, 강서구 313개, 사상구에 33개의 급수전이 있다. 1980~1990년대 국가산단인 녹산산단을 비롯해 사하구 염색공단 등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당시 동부산권에는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부산시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낙동강이라는 취수원이 근처에 있어 서부산권 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용이한 점도 있었다”며 “당장 동부산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에는 수원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막대한 비용의 공업용수 관로 설치 비용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동부산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동부산 지역에는 현재 14개의 산단이 자리 잡았고 입주 기업은 632개로 늘었다. 공업용수 공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박종철 의원은 ‘강서~기장 간 공업용수 관로’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낙동강횡단수관교에서부터 만덕터널~반송로~기장군청~의과학산단~동부산E-PARK 까지 42km의 공업용수 관로를 만드는 데 2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 의원은 “가압장·배수지 등 비용이 추가로 더 들지만, 전력반도체·이차전지 등 부산의 미래를 이끌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필수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수 담수화 시설 활용 경쟁력 있나

시는 다양한 공업용수 취수원 확보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방치된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을 공업용수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상당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기장 해수 담수화시설 활용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해수 담수화 시설로 생산한 공업용수는 생산 단가가 1t당 1694원으로 높게 책정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1차 정수를 통해 염분만 제거한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할 경우 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산이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선정되면 전기료 감면이라는 효과도 있을 테니 생산 단가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을 활용해 볼 여지는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산단 자체 지하수 개발 △기장군 내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된 정수장 활용안 △빗물을 모으는 저류지 활용 방안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울산 온산공단 쪽 원수 공급안 등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상수도 요금 현실화를 바탕으로 한 수도 요금 감면도 검토할 수 있다”며 “동부산권에 첨단 기업들이 몰려있는 만큼, 합리적인 공업용수 공급 방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형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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