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수 없는 동부산 산단, 한 해 물값 100억 더 든다

남형욱 기자 [email protected]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남권의과학산단 등 14개 산단
관로 미설치로 공업용수 못 써
8배나 비싼 생활용수 사용 부담
원가 절감 위해 공장 옮길 생각도

공업용수 대신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동부산권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연간 물 사용료가 100억 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력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공업용수 대신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동부산권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연간 물 사용료가 100억 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력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산업단지의 공업용수 부족이 신성장산업 동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대다수 산단에 공업용수 공급이 안 돼 기업마다 8배나 비싼 생활용수를 쓰고 있다. 원가 절감이 절실한 기업은 타지역으로의 공장 이전을 고려하고 있고, 이차전지·전력반도체 등 부산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기업들은 비싼 물값에 부산으로의 이전을 꺼리고 있다.

10일 부산시·산단발전협의회 등에 따르면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기장대우1·2산단, 장안산단 등 동부산권 14개 산단은 공업용수 공급 지역과 비교해 연간 100억 원가량을 수도 요금으로 더 지불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의 수도 사용료는 물이용부담금을 제외하고 생활용수가 t당 1330원(300t 초과 시)으로, 공업용수 150원(101t 초과 시)의 8배 규모다.

반면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는 동부산권 14개 산단의 하루 용수 수요량은 약 2만 2700t이다. 이에 따라 이들 산단의 기업들은 생활용수 사용에 따라 하루 총 3019만 원의 수도료를 내는데, 공업용수를 사용했으면 약 340만 원으로 그 비용이 확연히 줄어든다. 하루 2654만 원을 더 내는 셈으로, 1년이면 97억 8000만 원 정도 규모다. 14개 산단 내 632개 기업 개별적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4만 2400원가량을 더 부담하고 있다.

공업용수는 원수에서 찌꺼기만 가라앉힌 침전수다. 생활용수보다 수질 처리 과정이 간단해 사용료가 저렴하다. 현재 부산의 공업용수는 강서구 대저동 덕산정수장에서만 처리돼 강서·사상·사하구 산단으로만 공급되고 있다. 상수도 관로가 확충되던 1980~1990년대 부산의 산업단지가 서부산권에 집중돼 있었던 결과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시만 하더라고 동부산권에는 산단이라는게 없어서 관로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며 “수원 조달·관로 부설 등 문제로 현재로선 동부산권 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동부산권 산단 입주 기업들은 생활용수 사용에 대한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절감이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업용수 관로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8배나 비싼 물을 쓰는 것이 지역 차별이라는 호소도 늘고 있다.

동남권의과학산단에 입주한 반도체부품 생산기업 A 대표는 공장 이전도 고려 중이다. 반도체부품 제조 과정에서 공업용수는 고도의 정화 과정을 거쳐 표면 세척에 쓰이거나, 부품을 깎을 때 사용된다. A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생산원가 절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8배나 비싼 비용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생활용수를 쓰자니, 원가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업용수 공급 여부는 시가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전력반도체나 이차전지 공장의 주요 입지 조건 중 하나다. 이들 산업은 기존 제조업에 비해서 물 사용량이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차전지 공장들이 인건비와 전기료 등이 저렴한 해외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물값마저 비싸면 부산의 기업 유치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회 박종철 시의원은 “동부산권 산단에 공업용수가 공급되지 않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의 결과”라며 “시는 지역 내 모든 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할 방안을 마련하고, 용수 요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형욱 기자 [email protected]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