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블루 이코노미'로 총진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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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본부장
한국해양정책학회 이사

지난 28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화활동이 펼쳐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28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화활동이 펼쳐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페로제도(Faroe Islands)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곳이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 북대서양에 있는 덴마크령의 화산섬 무리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섬의 하나다. 하늘과 바람과 파도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페로제도가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지역(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이곳이 유럽에서 해양 신산업의 하나로 키우고 있는 해조류 양식 허브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10년 전 해초 생산업체인 오션 레인포레스트가 처음으로 식용 다시마 양식사업에 나선 이후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식품기업까지 해조류 양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페로제도를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해조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글로벌 해양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해조류 양식업, 해양 신산업 각광

환경친화적 해양 자원 이용 위한 전략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 모델로 확산 중

31일 ‘바다의 날’ 맞아 정책 변화 필요

새 바다 디자인 통해 성장동력 만들길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도 블루 이코노미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 성장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블루 이코노미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양 자원을 환경친화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경제·사회 체제를 말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식량 안보, 에너지 보급, 환경 보호 등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지난해 블루 이코노미를 추진하는 핵심 전략의 하나로 ‘그린 딜’이라는 해조류 육성 산업을 들고나왔다. 블루 이코노미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5억 유로(약 7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로드맵까지 그렸다.

미국과 캐나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은 2021년에 향후 5년 동안 시행할 블루 이코노미 전략 계획(2021∼2025년)을 수립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2040 블루 이코노미’ 전략을 만들어 해양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다지고 있다. 아시아의 해양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에 국가개발기획부 주도로 ‘블루 이코노미 로드맵’(2023∼2045년)을 설계했다. 이 로드맵을 통해 2045년까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해양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5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31일 ‘바다의 날’을 맞는다. 이 법정 기념일이 1996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29회를 맞이한다. 1994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되고, 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날을 기념해 만든 날이다. 해양수산부가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고, 관련 기관단체들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며, 관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에서다. 특히 국민들에게 해양의 가치를 일깨우며 해양 의식을 함양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되짚어 볼 일이 있다.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개최해 온 29년 동안 해양수산부의 위상이 과연 그만큼 강화되고, 해양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느냐 하는 부분이다. 통계조사 결과로는 국민들의 80%가량이 해양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해마다 거듭되는 설문조사의 응답 결과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들이 높게 인식하는 수치만큼 해양수산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체감 온도가 크게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해양수산 정책과 계획이 나오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어도 해양수산인이나 국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양 경제 성장 모델을 바꿀 때가 됐다. 국민들이 해양수산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고,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정책 전환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각에서 바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대안의 하나로 ‘대한민국 블루 이코노미 그랜드 비전’을 제안한다. 때마침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해양정책포럼에서 블루 이코노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우리 해양 경제의 성장동력을 다시 돌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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