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대 거래소 날개 달고 ‘파생금융 도시’로 뜬다

김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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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대체거래소 본사 대신
파생상품 기능 유치 적극 나서
한국·디지털자산거래소와 함께
3대 축 삼아 금융중심지로 도약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내년 상반기 한국거래소의 대항마로 운영을 시작하는 대체거래소와 더불어 한국거래소,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3대 축으로 부산을 파생금융 중심지로 집중 육성한다. 부산에 집적돼 있는 한국거래소의 파생금융 기능과 올해 출범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STO(토큰 증권) 거래와 함께 향후 대체거래소의 파생금융 기능을 부산에 유치해 명실상부한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대체거래소 운영사인 넥스트레이드 측에 향후 대체거래소가 파생상품, STO 등 거래 상품을 다양화할 경우 관련 기능을 부산에 둘 것을 제안했다. 당초 대체거래소 본사 유치 입장에서 파생금융 관련 기능 유치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시는 지난해 부산 금융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대체거래소 유치를 공식화했다. 이후 시는 대체거래소 본사 유치를 위해 넥스트레이드에 세제 혜택, 공간 제공 등을 제안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 하지만 시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넥스트레이드는 본사 이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대체거래소는 금융당국 인가 과정에서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을 자체 정관에 명시했다. 서울에 주요 증권사의 주식 거래 기능이 집적돼 있고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본부도 서울에 있는 점이 큰 영향을 줬다. 최근에는 내년 출범에 대비해 서울 본사 근무를 조건으로 직원 채용도 진행하며 사실상 본사 ‘부산행’에 선을 긋고 있다. 시가 제시한 조건이 당장 한국거래소와 경쟁해야 하는 대체거래소의 현실에 큰 유인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는 파생금융 기능 유치로 전략을 수정했다. 부산시 김효경 금융블록체인담당관은 “대체거래소에 다양한 조건으로 수년간 본사 부산 설치를 요구했지만 현재 주식 주요 거래 기능이 서울에 몰려 있어 본사 부산 설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 넥스트레이드의 일관된 입장이다”며 “향후 거래 분야 확대에 따른 기능 이전, 자회사 설치안 등을 두고 넥스트레이드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앞서 출범한 해외 대체거래소가 파생상품 거래로 기능을 확대해 나간 점에 주목한다. 국내 대체거래소의 거래 상품 확대도 시간문제로 본다. 실제로 대체거래소는 내년부터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야간까지 거래하는데 향후 STO, 가상자산으로 거래 분야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대체거래소가 시장에 연착륙한 뒤 상품 확대를 시도하면 부산이 대체거래소의 사업 확장에 최적지가 될 것으로 본다.

시는 지난 4월 정부에 금융 기회발전특구 추진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부산을 해양·파생 금융중심지로 키우는 밑그림을 공개했다. 특구에는 한국거래소를 모회사로 둔 코스콤이 이전 예정인데, 코스콤은 한국거래소의 전산 시스템과 파생상품 등을 관리하는 기업이다. 또한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부산화 3.0’ 계획을 통해 부산 파생상품시장본부와 함께 파생금융 시장연구 개발기능을 부산에 두기로 했다. 또한 오는 10월 STO 거래를 중심으로 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도 문을 열고 본격적인 토큰 증권 거래를 시작한다.

부경대 이현규 경영학부 교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대체거래소,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기능이 부산에 집적된다면 3개 기관을 중심으로 부산이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며 “향후 거래 상품 다양화 시대를 대비해 시 차원의 구체적인 파생금융 중심지 육성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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