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행동” 현충일 욱일기 내건 주민 고개 숙였지만…

나웅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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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갈등 공론화 위해” 해명
여론 뭇매 맞고 당일 저녁에 철거
광복회 “사태 재발 막을 조치 필요”

현충일인 지난 6일 욱일기를 내걸었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집 현관에 해당 주민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현충일인 지난 6일 욱일기를 내걸었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집 현관에 해당 주민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현충일에 욱일기를 내걸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 결국 사과했다. 지자체와 갈등을 공론화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게양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충일에 욱일기를 게양했던 수영구 주민은 지난 7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건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현충일에 욱일기를 게양한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었고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며 “광복회 부산 사무국장님께 연락을 드려 사과를 드렸고 용서해 주셔서 감사하다. 가능한 많은 분께 찾아뵙고 사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주민은 친일 목적으로 욱일기를 사용한 것이 아닌 부산 수영구청과 200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갈등을 공론화하려고 논란의 행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구청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지난해 말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로 전입했다고 한다. 그는 “수영구 건설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법규-X’ 단체를 만들고 ‘국가재산 훔치는 자들, 부제: 우리는 왜 욱일기를 들었나’라는 주제의 전자책도 만들어 구청을 비판해 왔다.

이 주민은 현 거주 아파트 건설 당시 수영구청이 공유지인 하수관 매립 부지를 용도폐기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했는데 당시 용도폐기 결정을 한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여왔다. 해당 주민은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소송전에서도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정청의 용도폐지 처분이 무효가 돼 부지가 다시 공유지로 된 만큼 수영구청은 등기를 고치고 일대 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청은 주민의 의견을 다시 청취한 뒤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주민은 현충일인 지난 6일 자신의 집 창문과 외벽에 욱일기 두 개와 ‘민관합동 사기극’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당일 저녁 철거했다. 이 사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셌고 신상 털기까지 이어졌다. 이 주민은 일본인이 아닌 부산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뒤이어 해당 주민 집 현관 앞에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이 투척됐다. ‘나잇값도 못 한다’ ‘토착 왜구’ 등이 써진 글이 현관문에 붙기도 했다.

또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가 잘못 퍼져 동명이인인 부산의 한 피부과 원장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한때 피부과 홈페이지가 접속량 초과로 다운되거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소동도 벌어졌다.

욱일기 게양을 막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복회 부산지부는 “일제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 게양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부산시는 일제 침략의 상징물이 공공장소 등에서 사용되는 일을 제한하는 조례를 조속히 만들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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