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교통사고, 처벌 수위 오히려 낮다

양보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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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상 도로 포함 안 돼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 불가능
공식 사고 통계에도 안 잡혀
“사망 땐 같은 수위 처벌 필요”

부산 금정구 부산대 장전캠퍼스 인문관 앞에서 지난 17일 지게차에 치여 중상을 입은 대학생이 19일 결국 숨졌다. 부산대 사회관 1층 로비에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20일 학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금정구 부산대 장전캠퍼스 인문관 앞에서 지난 17일 지게차에 치여 중상을 입은 대학생이 19일 결국 숨졌다. 부산대 사회관 1층 로비에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20일 학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대에서 지게차에 치인 학생이 사망(부산일보 6월 20일 자 10면 보도)하면서 캠퍼스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 ‘도로 외 구역’이라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학생들이 보호받아 마땅한 학교 안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학교 밖보다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대학 내부 이동로는 ‘도로 외 구역’이다.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하는 도로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차량 통행 등 교통 활동이 다수 발생해도 법적으로는 도로로 분류되지 않는 셈이다.

도로 외 구역인 캠퍼스에서 사고를 내면 면허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 대상이 아니다.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같은 행위가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경우 면허 취소 처분을 받지 않는다.

캠퍼스 내 사고는 형사 처벌도 약하다. 도로 외 구역에서는 ‘음주·약물 운전’을 제외한 12대 중과실이 성립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12대 중과실을 위반해 사망 사고를 낸 경우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 외 구역은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제외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 캠퍼스는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라 관련 통계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대학 내 교통안전 실태조사’는 2018년에 멈춰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대학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5년 116건, 2016년 141건, 2017년 137건이었다. 매년 100건이 넘는 교통사고가 캠퍼스에서 일어났지만, 이후 해당 기관에서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등 도로 외 구역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 도로와 같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캠퍼스나 아파트 단지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일어나도 사망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행정처분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해외에서는 도로 외 구역이라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부산대 장전캠퍼스 인문관 앞에서 20대 여학생 A 씨가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A 씨는 온몸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지게차 운전자 30대 남성 B 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사망 사고)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양보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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