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채 상병 특검법’ 재시동… 거부권 턱 밑 일방통행

곽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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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서 단독 상정 심사 돌입
다음 달 본회의 통과 전략 구상
여, 대통령 거부권 외 전략 부재
특검법 통과 땐 최악 상황 직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22대 국회 11개 상임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22대 국회 11개 상임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1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데 이어 단독 상임위를 개최하면서 특검법 등 법안 처리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이는 국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맞서면서 입법 독주에 맞서는 거부권 행사 정국 재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민주당 정청래 위원장)는 1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곧바로 소위로 넘겨 법안 심사에 돌입한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지 이틀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속도전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7월 본회의 통과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통과 전략을 짜내고 있다.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 상병 순직 날짜가 작년 7월 19일이고 수사 외압이 들어왔다는 내용이 집중된 통화 기록이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인데 대개 1년이 지나면 통화 기록이 말소된다”며 “7월 초까지는 특검법이 통과돼야 거부권을 예상해서 (재의결까지)타임라인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기록 말소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의사일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신속한 자당 중점 법안 처리와 정부의 시행령 차단을 위한 ‘장치’까지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사전에 들여다볼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한 것이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처리 기간을 최장 330일에서 75일로 대폭 줄이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진 의원의 개정안은 상임위 심사 기간을 180일에서 60일로, 법사위 심사 기간을 90일에서 15일로 단축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법안을 통해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국회의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황정아 의원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중간 보고를 하고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를 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달았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를 개회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한 셈이다.

법안 심사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까지 빼앗긴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불참과 대통령 거부권 건의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지만, 거대 야당의 압박에서 벗어날 묘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채 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경우 여당에서 8표의 ‘이탈 표’가 나오면 국회를 통과한다. 이 경우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례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와 이로 인한 거대 야당의 정부 정책 제동은 윤 정부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회정치 정상복구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불참하고, 여야 합의 없이 단독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되는, (국민의힘이)참여하지 않는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어떠한 법안들도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법안들이 폭주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겨냥해 “거대 야당 입맛에 맞춰 국회법을 기괴하게 개조하는 악법들이 쏟아졌다”고 비판했다.


곽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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