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환자 옆 복귀하고 의료계 정부와 협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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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타개, 불가피한 '출구 전략'
공은 의사에게… 정상화에 힘 보태야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하고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한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출구 안내판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하고 행정처분 절차도 중단한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출구 안내판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려진 업무개시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복귀 전공의에게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전문의 시험에 차질 없이 응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중단이란 표현을 썼지만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태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를 절차를 강조해 온 정부가 이렇게 입장을 바꾼 것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 허용은 전공의들이 복귀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전공의들은 현재 병원에서 사직하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수련병원 현장으로 돌아오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복귀하면 병원 운영에 숨통을 틔워줄 수도 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났는데 아직 90% 이상이 복귀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 공은 의사들에게 넘어갔다. 지금 대치 상황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굴복을 고집해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직업적 책임감이 남아 있다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허용은 병원을 떠난 의사들의 복귀가 아무리 절박했다지만 자칫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결에서 항상 이겨왔다는 인식을 재확인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던져준다. 아울러 현장에 남아서 환자 곁을 지킨 전공의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현장 의료진이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 공백을 타개하기 위한 출구 전략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제 의료계도 현장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병원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부터 7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 이번 유화책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진료 공백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며 전공의 복귀의 명분을 만들어준 만큼, 의료계도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의대 증원에 따른 후속 논의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 대화를 통해 의사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정부와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의사들이 진정으로 한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시급히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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