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김종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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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문화부장

부산 대표 글로벌 행사 10여 개
10월 초로 한데 모아 진행키로

부산시 "집적효과 노린다" 기대
문화계 "큰 행사에 묻힐라" 우려

정작 '원아페'는 10월→6월 변경
'오락가락 행정'이 가장 큰 문제

지난달 부산시는 올해부터 열릴 부산형 융복합 전시컨벤션 이벤트 ‘옥토버 부산페스티벌’(가칭)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페스티벌 참여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각각의 일정으로 열렸던 부산 대표 행사를 10월 초에 한데 뭉쳐놓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집적효과’다.

옥토버 페스티벌에 참여할 ‘옥토버 어벤져스’에는 △플라이 아시아창업엑스포 △부산디자인페스티벌 △부산국제영화제 △데이터 글로벌 해커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국제록페스티벌 △국제음식박람회&마리나셰프챌린지 △수제맥주페스티벌 △2024부산원먼스페스티벌 등이 포함됐다. 행사는 대체로 9월 30일~10월 6일 일주일 중에 몰려있고, 부산국제영화제처럼 큰 행사(행사 기간만 열흘이다)는 10월 11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행사는 뭉쳐놨는데 정작 사람은 행사만큼 뭉쳐지지 못한 것 같다. 지역 문화계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행사의 경우 큰 행사의 덕을 볼지 아니면 큰 행사에 묻혀버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부산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살림을 꾸리는 기관·단체들로선 시의 ‘헤쳐모여’ 명령을 거부하기도 힘들다. 올해 행사를 예년 대비 몇 달 미뤄 치르게 된 A 단체 관계자는 “시의 방침에 따라 일정을 바꾸긴 했지만, 국제영화제나 국제공연예술마켓과 같은 큰 행사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뭉쳐진) 행사들의 성격이 제각각이라 관객층이 겹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변명도 들려온다. 충성도 높은 관객만 취하겠다는 의도처럼 들려 다소 거슬린다. 영화광들은 영화만 볼 것이고, “Rock Will Never Die”(록은 영원하다)를 외치는 이들은 록페스티벌만 찾을 거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록을 잘 듣지 않던 사람도, 축제를 계기로 좀 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록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것 또한 축제의 역할 중 하나일 테다. 그렇다면 관객층은 분명 겹친다. 관객층뿐 아니라 겹치는 것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숙박 인프라다. 예년에도 국제영화제나 불꽃축제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인근 숙박 시설이 부족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올해는 벌써부터 ‘10월 초 숙박대란’에 대한 흉흉(?)한 소문마저 돈다.

물론 어떤 변화이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너무 우려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변화의 시도조차 어려워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확신할 수 있나. 문화계가 가진 우려들은 대부분 기우에 그칠 뿐이고, 부산시가 기대하는 집적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무사안일주의보다는, 시도를 거듭하며 수정해 나가는 것이 낫다.

그렇게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너그러운(?) 시선으로도, 단 한 가지만큼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오는 8·9일로 예정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관한 것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월에 열렸던 행사다. 지난 2월 말 부산시는 올해 행사를 6월로 앞당기면서 그 이유로 “10월엔 국제영화제, 불꽃축제 등이 몰려있어 ‘원아페’ 관객들의 항공권·숙소 예매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게다가 “일정을 옮김으로써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덜한 6월에도 ‘원아페’를 보러 모인 관광객으로 부산이 북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분산효과’다.

혼란스럽다. 홍상수 감독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떠오른다. 불과 몇 달 전에는 10월에 겹친 행사를 헤쳐 놓더니, 이제는 다시 10월로 행사를 모은다. 그때는 틀렸던 것이 지금은 맞다? 기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옥토버 페스티벌’에 대한 검토가 한두 달 새 급하게 이뤄졌거나(실제로 부산시가 ‘옥토버 페스티벌’의 모델이라는 미국의 모 축제를 견학한 것은 불과 지난 3월의 일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원칙이나 철학 없이 순간순간의 직관으로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입장이 바뀔 순 있다. 다만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입장을 바꾼 이유도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부산시는 대충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잘못한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대체거래소(ATS)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설립 반대만 외치더니,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바꾼다. 이대로라면 시민들이 비싼 돈을 들여 총명탕이라도 먹어가며 기억을 ‘총명’하게 해야 할 판이다. 부산시가 지금은 ‘맞다’고 한 것을 언제 또 은근슬쩍 ‘틀렸다’고 말바꿈 할 지 몰라서다.


김종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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