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의 타임 아웃] 신문지와 봉다리

이대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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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차장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하게 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야구를 볼 기회가 생겼다. 요즘 관심이 가는 건 응원 문화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사직야구장을 찾았을 때와 비교하면 팬들의 응원 수준이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예전 같으면 육두문자가 난무할 법한 실책성 플레이나 무기력한 경기에도, 요즘 롯데 팬들은 질서정연하게 응원 구호를 외친다. 마치 첫째가 응원이요, 승패는 둘째라는 듯.

팬들을 위한 이벤트도 많아졌다. 공수 교대 사이, 팬들이 응원단상에 올라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전을 펼친다. 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키스타임’과 ‘댄스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남사스럽다며 손사래를 칠 법한 어르신들도 사직구장에서만큼은 입맞춤과 춤사위에 거리낌이 없다. 응원 도구 역시 시대에 맞춰 변했다. 해가 저물면 스마트폰 플래시가 수천수만의 반딧불이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휴대전화 화면에 응원 문구를 띄워 선보이는 ‘스마트 카드섹션’도 눈길을 끈다.

확실히 깔끔하고 멋은 있는데, 롯데만의 특색 있는 응원 문화가 사라진 건 아쉽다. 주황색 봉다리(봉지)를 머리에 쓴 채 신문지 다발을 흔들며 ‘부산 갈매기’를 목 놓아 부르던 모습은 이제 추억 속 장면이다. 자이언츠의 상징 ‘봉다리 응원’은 관중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2005년부터 비닐봉투를 나눠주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과 맞물려 2021년 사직구장에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신문지 역시, 과거에는 관중석 위에 깔고 앉는 필수품이어서 자연스레 응원 도구로 쓰였다. 요즘은 좌석이 깨끗한 데다 신문지 다발이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밀려났다. 이들 응원 도구의 자리는 손바닥 모양의 ‘짝짝이’가 대체했다. 살짝만 흔들어도 손뼉 소리가 크게 나서 가성비는 좋지만, 다른 구단에서도 쓰는 플라스틱 양산품이어서 개성은 영 덜하다.

롯데만의 명물 응원을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 머리를 맞대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비닐봉투 재질을 생분해성으로 바꾸고, 신문지는 종이 분리수거함을 마련해 따로 모으면 된다. 특히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해당 날짜 신문 뒷면에 응원 문구를 새겨 ‘카드섹션’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경기가 안 풀릴 땐 신문지를 찢어 스트레스라도 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KBO리그 응원 문화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선도해 왔다. 원년 구단의 오랜 발자취만큼이나 팬들이 만들어 온 응원의 역사도 가치 있는 자산이다. 그때 그 시절, 신문지·봉다리 응원의 부활을 희망한다. 그렇게 응원은 팬들이 잘 해볼 테니, 롯데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 제발. [email protected]


이대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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