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나

최세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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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분리매각 지역민 열망
지역 상공계·시민단체 호소에도
시, 소극적에서 뒤늦게 입장 변화
여야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뒷짐’
외면 말고 정부 설득에 온힘 쏟아야

지난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가 좌절된 이후 부산의 3대 현안을 꼽자면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통과,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에어부산 분리매각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건 단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이다. 파격적인 규제 혁신 등으로 부산을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국제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대통령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 ‘금융중심지 부산’ 활성화를 위해 산은 본사가 이전해야한다는 당위성 아래 이뤄진 산은법 개정안도 여권의 지지 속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부산의 3대 현안 가운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법 개정안은 이미 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야권의 반대로 보름 정도 남은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난망해 보인다. 제22대 국회에서 여야의 협치가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하지만 에어부산 분리매각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법 제정이나 개정 등이 필요 없다. 당리당략에 따른 여야의 협의 과정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결정만으로도 에어부산 분리매각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몇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연되면서 에어부산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분리매각의 가능성은 떨어지고 있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5년 전인 2019년 1월 부산 상공계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서 필요성을 첫 제기했다. 2020년 9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분리매각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같은 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운영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2022년 7월 공정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 상공계, 시민사회단체 등은 분리매각TF, 인수추진TF 등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분리매각 운동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 건의문을 첫 채택하고,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분리매각을 촉구하는 잇단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의 열망은 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상대적으로 시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에어부산 지역 대표 주주로 분리매각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할 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부산일보〉의 보도 뒤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시는 지난 2일 박 시장 주재로 시의회, 부산상의, 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시정 현안 소통 간담회’를 갖고 에어부산 분리매각 활동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시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상공계와 시민사회의 열망을 받아들여 TF팀을 확대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지역 정치권이다.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나 산은법의 통과에는 중앙당 핑계만 대면서 지역 최대 현안을 외면해왔던 지역 정치권은 에어부산 분리매각 문제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시, 부산상의, 시의회 등과 에어부산 분리매각 현안 간담회를 개최한 뒤 후속 조치는 없었다. 지난달 말 국민의힘 22대 부산 당선인들이 당선 후 첫 모임을 갖고 부산지역 발전과 현안 사업 추진에 다같이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문제는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결정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주요 당사자인 국토교통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한 대한항공 등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오히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나 산은법보다 더 빨리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명분도 충분하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가덕신공항을 인천국제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관문공항으로 성장시킨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국토부와 산은도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 LCC 운영 방침과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각각 언급한 바가 있어 이를 뒤집는 것에 대해 공세를 가하면 된다.

지역 정치권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 중앙당, 대통령실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국토부와 산은, 대한항공 등에도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이 어떻게 행동할지 부산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세헌 경제부장 [email protected]


최세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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