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신청 역대 최대, 일 처리할 법관 수는 ‘제자리’

김성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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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 연 부산회생법원
경남·울산까지 관할 늘었지만
인력은 ‘파산부’ 때 9명과 동일
관할 인구 비슷한 수원은 15명

지난해 3월 2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부산회생법원 개원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2017년 3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회생법원 설치 후 지방 권역에서 회생·파산 전문법원이 개원하기는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일보DB 지난해 3월 2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부산회생법원 개원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2017년 3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회생법원 설치 후 지방 권역에서 회생·파산 전문법원이 개원하기는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일보DB

부산 남구에서 술집을 운영 중이던 김 모(46) 씨는 다음 달까지만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다. 2022년 가게 문을 열었지만 매월 적자가 계속되자 결국 2년 4개월 만에 가게를 접기로 했다. 이미 업종을 두 차례 바꿨던 김 씨의 빚은 수억 원대로 늘어난 상황이다. 김 씨는 “일대 상권이 완전히 죽어서 권리금조차 제대로 회수할지 모르겠다”며 “개인회생을 신청하려고 관련 서류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에 고금리, 고물가까지 맞물리며 부산 지역 개인 회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비수도권 최초로 문을 연 부산회생법원은 경남·울산까지 관할이 넓어졌지만, 인력은 변화가 없어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25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4만 44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2만 1017건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였는데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산회생법원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4670건으로, 지난해보다 70.4%나 급증해 전국 회생법원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수원회생법원은 7484건, 서울회생법원은 9017건으로 각각 21.8%, 9.1% 증가했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채무를 조정받아 3년 이내 분할변제를 하게 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부산에서 개인회생이 급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3월 부산회생법원이 문을 열어 접근성이 좋아진 점과 함께 지역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것이 반영됐다는 분석 등이 꼽힌다.

특히 청년세대의 개인회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20년 10.7%였던 20~30대 개인회생 신청 비율이 3년 만인 지난해 15.2%까지 올랐다. 소득 기반이 불안정한 청년들이 코인 투자 등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등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경제 역시 좋지 못하다. BNK부산은행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올해 1분기(1~3월) 가계와 기업의 연체율은 0.62%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연체율이 치솟았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부산회생법원은 사건 폭증으로 업무 과중을 토로한다. 회생법원은 법인회생, 일반회생, 법인파산, 개인파산, 개인회생사건, 면책사건 등 도산 사건 전반을 담당한다. 현재 부산회생법원은 법관 9명이 근무 중이다. 회생법원이 생기기 전 부산지법 파산부가 지역 도산 사건을 책임졌는데 당시에도 법관 9명이 근무했다.

부산회생법원은 부산은 물론 경남과 울산까지 관할 구역이 늘어났다. 부울경 인구 764만 명에 대한 도산 사건을 법관 9명이 담당하는 셈이다. 관할 구역 인구 870만 명인 수원회생법원의 경우 법관 15명이 근무 중인 것과 대비된다.

서울·수원·부산 회생법원으로 구성된 ‘회생법원 실무협의회’는 지난달 20일 3차 회의를 열고 개인회생 사건의 급증세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 3월과 5월 이미 두 차례 직원 인력을 충원했던 부산회생법원은 다음 달에도 일부 직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부산회생법원 관계자는 “예전 부산지법 파산부에서 회생·파산을 담당하던 법관과 직원 수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으로 현재 부산회생법원에서도 업무를 진행 중이다”며 “회생법원은 일반 민형사 사건과는 특성이 달라 법관은 물론 회생위원 등 관련 직원이 함께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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