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가격 경쟁력 떨어진 면세점 ‘썰렁’

서유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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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여파로 이용객 감소
백화점과 가격 역전 현상까지
코로나 이전보다 고객 반토막
면세점 대신 로드숍에서 쇼핑
개별 여행 늘며 트렌드도 변화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을 유지하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내국인의 면세점 이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서면 롯데면세점 부산점.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을 유지하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내국인의 면세점 이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서면 롯데면세점 부산점.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해외 출국이 늘어나고 있지만, 달러 강세 여파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내국인의 이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관광 쇼핑 트렌드가 면세점 쇼핑에서 로드숍 쇼핑 위주로 바뀌는 추세여서 면세업계의 불황이 한동안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1~5월 부산 시내점, 김해공항점의 내국인 고객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경우 1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0~1200원 사이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1300원 후반대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내국인의 발길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준 1달러당 원화 환율은 1380.40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1달러당 환율이 1320원 이상일 때를 고환율로 본다.

면세점 가격은 달러가 기준이다 보니 달러 강세일 때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과거 환율이 낮을 때는 면세점에서 시중 대비 30~50% 저렴한 금액으로 살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컸지만, 현재는 그때에 비해 환율이 높은 만큼 시중에서 구매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면세점이 가격 경쟁력을 잃다 보니, 여행 시 굳이 짐을 늘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면세점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

특히 세일을 하지 않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매장과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환율을 따졌을 때 매장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한다. 최근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면세점을 찾은 김 모(34) 씨는 “면세점에서 명품 스카프를 구매하려 가격을 비교했는데 백화점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백화점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의 매출도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다.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여행 행태가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뀌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면세업계의 내외국인 고객 수는 4844만 명, 매출액은 24조 8586억 원에 달했다. 엔데믹 첫 해인 2023년 면세점 고객 수는 2209만 명으로 반토막 났고, 매출액은 13조 7586억 원으로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트렌드도 로드숍 위주로 변화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면세점이 쇼핑 필수 코스였다면 최근에는 개별 여행이 늘어나면서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이 쇼핑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CJ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1~5월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12% 성장했다. 이달 기준 올리브영 명동타운 매장에는 하루 평균 4000~5000명의 외국인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타운점의 80~90%는 외국인 고객”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환율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이고 여행 트렌드도 쉽게 바뀔 가능성이 없기 때문. 다만 면세업계도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30일까지 해외 출국을 앞둔 내국인을 대상으로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금~일 주말에 구매일 기준 1달러당 매장 환율이 1320원을 초과한 경우 최대 56만 원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행사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달부터 해외여행 필수품 선글라스를 한데 모은 브랜드 편집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고 ‘선글라스 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귀국길에 주로 이용하는 기내 면세점이나 술·담배 등 구매 비율이 높은 입국장 면세점 등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지만 시내 면세점이나 출국장 면세점은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고 전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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