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연대' 강화… 북 무기 제공에 러 우주 개발 지원

김종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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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의 축' 자처, 다극 체제 주장
안보 넘어 전방위적 협력 가속화
러 측 대표단 북 측의 두 배 이상
북, 첨단 무기 기술에 접근 노려
경제 분야 협력 방안도 핵심 의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지나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지나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24년 만에 이뤄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반미 연대’ 강화에 나섰다.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러는 ‘반미의 축’을 자처하며 ‘다극 체제’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북한의 무기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는 이번 방북에서 북한에 다양한 ‘선물’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푸틴 대통령 방북 사실을 보도하며 “(북러 간)친선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가 아닌, 다극화된 세계를 건설하는 데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

러시아도 북한과의 반미 연대를 강조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북러가 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안보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북한의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러시아가 이번 방북 과정에서 많은 선물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우주·위성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국가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우라늄 농축이나 원자로 설계, 잠수함용 핵 추진 등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에 대한 접근을 노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19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측 대표들은 인원수도 북한 측의 두 배 이상이고 훨씬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외교, 군사뿐 아니라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보건 등 분야 수장이 참석했다. 이번 회담에 보리소프 우주공사 사장도 참석한 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우주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 당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쌓은 실전 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경제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 등 에너지를 담당하는 노박 부총리와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로 정해진 기준 이상의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타로보이트 교통장관과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은 철도 협력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지난 17일 북한을 여행하는 러시아 관광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북러 간 여객 서비스와 철도 서비스가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인도주의적 협조를 발전시키겠다고 언급한 가운데 무라시코 보건장관은 의료 분야 협력 의제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지역 상호관계, 안보 현안,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현안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신에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세계 무대에서 고립된 김정은 위원장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번 방북이 김 위원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러시아 지지 세력이 있다는 신호 또는 위협을 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CNN은 아울러 북러 관계 심화나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의 간극 확대로 인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를 저지해 왔다. 지난 3월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중국은 당시 표결에서 기권했다.


김종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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