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발효 식초 만들기] 자연이 빚은 '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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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식물경남교육원 수강생들이 천연 발효 식초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두밥 식히는 모습.

행복한 삶의 첫걸음은 행복한 먹거리에서 시작한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은 먹거리를 찾거나 직접 만들려는 사람들의 활동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 김해시 무계동 청학프라자 3층 약용식물경남교육원에서 '전통방법에 따라 누룩으로 만드는 천연 발효 식초 고급과정' 강의가 진행됐다. 천연 발효 식초는 막걸리를 만든 뒤 다시 식초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탄수화물 발효의 정점이다. 강의는 노장현(010-3882-8223) 약용식물경남교육원 원장이 담당했다. 이날 강의에는 김해 시민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천연 발효 식초 만들기를 알아본다.

고두밥에 누룩 섞어 발효시킨 후
막걸리에서 물 걷어내 다시 발효
고혈압·고지혈증 예방 등에 도움
당 농도·발효 온도·공기 등 중요

■왜 천연 발효 식초인가


시중에 파는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합성 식초와 양조 식초로 나눌 수 있다. 합성 식초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빙초산에 물을 타 만든다. 초산 외에 다른 유기산은 없다. 양조 식초는 에탄올에 초산균을 넣어 속성 발효해 만든다. 식초의 영양성분인 비타민과 유기산이 거의 없다.

반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천연 발효 식초는 미생물이라는 자연이 빚어내는 '신의 음식'이다. 전통 천연 발효 식초에는 유기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오래전부터 애용돼 왔다. 누룩으로 만드는 천연 발효 식초는 고두밥에 누룩을 넣고 발효해 막걸리를 만든 뒤 찌꺼기를 걷어내고 다시 발효해 만드는 식초다. 인체에 가장 좋은 식초지만, 구하기 쉽지 않고 비싸다.

천연 발효 식초는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 세 번이나 노벨상의 주제가 됐을 정도다. 1953년 영국의 한스 크렙스 박사는 '매일 천연 식초 1000㎎을 섭취하면 남성은 10년, 여성은 12년 더 장수할 수 있다'는 연구 발표로 노벨상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천연 발효 식초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피로물질을 없애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인체 침투력이 강하고, 소화 흡수도 잘 된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한 수강생은 "만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 원장 강의를 들으면서 그가 특허를 받은 식초를 음용한 결과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천연 발효 식초 만들기

식초를 만들려면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한약재를 넣어도 된다. 이날은 구기자, 골담초, 우슬, 단풍마를 넣었다. 고두밥이 너무 뜨거우면 누룩의 효모가 줄어든다. 그래서 온도가 내려가도록 잘 저어야 한다. 고두밥 온도는 30도 정도가 적절하다. 미생물은 온도가 40도를 넘으면 활동력이 약해지고, 60도를 넘으면 사멸하기 시작한다. 고두밥과 누룩 비율은 8 대 2 정도로 하면 된다. 

고두밥과 누룩 섞기.
섞은 누룩과 고두밥을 항아리에 넣는다. 항아리 부피의 3분의 2 정도만 채우면 된다. 여기에 물을 붓는다. 누룩과 고두밥이 잠길 정도면 된다. 이어 뚜껑을 닫고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발효돼 알코올, 물,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바로 막걸리다. 막걸리에서 물을 걷어내 다시 여러 차례 발효하면 유기산(초산), 물,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유기산이 바로 새로운 물질인 식초다.
섞은 누룩과 고두밥 항아리에 담기.
발효는 쉬우면서 어려운 과정이다. 미생물, 적정 온도와 설탕량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발효 음료인 식초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 농도다. 대개 재료와 설탕을 1 대 1 비율로 섞는다. 이때 재료의 수분 함량을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당 농도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마토는 수분이 80~90%다. 재료의 순수한 수분량과 설탕 비율을 1 대 1로 맞춰야 한다. 아로니아와 쑥은 수분이 적다. 아로니아에 설탕을 과다 투입하면 아로니아의 자체 당까지 합쳐져 과잉된다. 포도와 딸기는 당도가 너무 높아 비율을 1 대 1로 하면 안 된다.
고두밥과 누룩을 항아리에 담은 뒤 물 붓기.
당 농도가 너무 높으면 미생물이 살지 못한다. 단순히 삼투압 작용으로 영양분을 뽑는 데 그친다. 재료와 당의 비율을 1 대 1로 제대로 섞으면 당도는 50브릭스 정도 나온다.

온도도 중요하다. 미생물을 활성화하려면 적정 온도가 필요하다. 미생물, 세균 등은 생존 온도가 다르지만, 발효시킬 때 온도를 35~38도로 유지하면 미생물이 가장 활성화한다. 인간의 체온과 비슷하다. 발효시키기 가장 좋은 계절은 더운 여름이다. 며칠 사이에 발효를 완성할 수 있다. 겨울에는 만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발효에 실패할 우려도 크다.

노 원장은 "식초의 성패는 온도에 달렸다. 더운 날씨가 가장 좋다. 6월 6일 유두 때 누룩을 만들고, 6월 22일 하지 때 식초를 만들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장소도 중요하다. 도시의 아파트나 공장보다는 시골 주택이나 야외가 발효에 적합하다. 자연 미생물과 세균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1000여 종 이상이 존재하지만, 공장이나 아파트에는 300여 종 미만이다. 미생물이 많을수록 풍미가 깊고 맛있는 식초를 얻을 수 있다. 시골에서 만든 된장, 식초와 대도시서 만든 된장, 식초는 유익균에서 차이가 나 맛도 달라진다. 
천연 발효 식초 완성품.
공기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식초를 만드는 미생물은 공기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다. 공기가 잘 통하게 여건을 만들어 줘야 발효가 잘되고, 맛있게 발효된다.

인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10년 가까이 약용 식물 강의를 해 온 노 원장은 "100세 시대다. 건강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등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온 발효 음식인 식초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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